(68·끝)대파

 

탄수화물·칼슘·인 등 풍부한 산성식품
달여서 먹으면 기침·감기·불면증 치료
모든 음식에 없어선 안될 맛내기 조연

출근길 공항 앞까지 꽉 막힌 도로를 지나 오토밸리로에 접어들면 가슴이 탁 트인다. 중앙선에 늘어선 이팝나무에 흰 쌀밥을 고봉으로 퍼 놓은 것 같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우와~’ 감탄사와 함께 차 창문을 내리는 순간, 기분 좋은 향기가 바람보다 먼저 한가득 들어온다. 아카시아 꽃향기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콧노래를 흥얼대면 신바람이 절로난다. 향기 없이 화사한 원색의 꽃 향연을 펼치던 봄철을 지나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아카시아 꽃이 필 무렵이면 원색에 향기를 더해 꽃 대궐의 향연이 시작된다. 아침 출근길의 신바람은 이 때문이다.

신바람을 안고 좋은 아침 씩씩하게 인사를 하며 들어선 식당은 점심 준비로 북새통이다. 다다다닥 일정한 음률의 정겨운 칼질 소리에 썰린 파가 수북이 쌓인다. 매콤하고 알싸한 파 향이 신바람을 더해 기분 좋은 하루를 예약해주는 듯하다.

파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칼슘, 인, 철분, 유황, 마그네슘, 비타민C가 풍부한 산성식품이다.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라는 주례사의 레퍼토리는 파에 함유된 성분의 뛰어난 효능으로 건강하게 장수하며 백년해로 하라는 뜻이 담겨 주례사의 대명사가 됐다. 파의 성분 중 펙틴과 셀렌 성분은 위액의 아질산염의 함유량을 감소시켜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파의 속껍질은 상처에 붙이면 지혈효과가 있다. 민간요법으로 기침, 감기, 불면증 등에 달여서 먹기도 하고, 목의 부종 및 통증이 있을 때 파를 이용해 찜질이나 온습포를 했다.

알리신 성분은 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베타카로틴 성분은 피부미용에 좋고, 칼슘은 뼈를 튼튼하게 해주며 체내에 나트륨 배출을 도와 고혈압 예방에 좋다. 그 뿐만 아니라 약방의 감초처럼 주방의 감초로 모든 요리에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대파는 흰 줄기보다 초록 잎에 영양성분이 많은데 다듬고 남은 뿌리도 육수를 낼 때 사용해 버릴게 없다. 포도당, 과당, 비타민 A, B, C등을 함유하고 파를 잘랐을 때 미끈거리는 점액에 많이 함유된 황화 아린은 생선의 해로운 독을 해독시키며, 비린내를 중화시켜준다. 육류의 육질을 연하게 해주며, 식욕을 돋워 준다.

알리신은 비타민B1을 활성화해 강한 살균 작용을 한다. 미역국엔 파를 넣지 않는다. 파에 함유된 유황성분은 미역 고유의 맛을 떨어뜨려 미역 요리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옛 말에 칠거지약을 어겨도 음식을 잘 하면 소박을 안 맞는다는 말이 있는데 미운 정 고운 정보다 더 끈끈한 정이 밥 정이기 때문이다. 파는 모든 음식에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결정적으로 음식 맛을 내는 모든 조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감 있는 식자재다. 집 떠나 고생하면 생각난다는 집밥, 밥정(情)의 끈끈함이 있게 해주는 역할을 담당해 왔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영양&스토리’는 파를 소재로 쓴 이번 글이 마지막이다. 처음 제안을 받고 글을 쓸 때 막막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제법 요령이 생겨 제철에 맞는 식자재와 지역 특산물 등을 소재로 글을 쓰며 두서없는 글이지만 독자들의 건강한 식생활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는 글을 쓰고자 준비를 했다. 그래서인지 갑작스럽게 ‘영양&스토리’가 없어진다는 소식에 아쉬움이 남는다. 글을 실어주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해 준 경상일보와 필자의 글을 읽고 격려해 주시던 독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1년 5개월을 함께 한 박금옥, 박미애, 정은숙 선생님들과의 인연도 소중하다. 선생님들의 글을 읽으며 글을 쓰기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못했던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점도 감사하다.

이처럼 감사했던 그 간의 인연을 파전과 찰떡궁합인 동동주 한 잔을 곁들여 밥정(情)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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