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끝)직장상사와의 인연

 

일상사에 지쳐 오랜세월 직장생활하면
욕하던 상사 닮아가는 자신 모습 발견

개인마다 좋아하는 상사 스타일 달라
모든이 만족 시키는 사람 현실에 없어
후배에게 인정받는 상사되는 것 최선

30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직장상사를 만났다. 직장생활 중 좋은 상사와 나쁜 상사는 업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나 역시 좋지 않은 기억으로만 남은 상사도 있고,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존경의 마음을 담아 지금까지 연락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 상사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처음 요리를 시작하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만났던 상사들은 굉장히 권위적이고 군대식 방법으로 부하들을 대했던 것 같다. 일부 타 호텔의 상사는 집안 일을 업무 중에 시키거나, 부모를 들먹이면서까지 인격적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심한 욕을 했다고 한다.

처음 요리사로 일할 때는 ‘나는 저런 상사가 되지 말아야지’하는 마음으로 지금껏 버텨왔는데, 어느새 그런 상사가 돼버린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후배들한테 잘난 척 하는 상사, 무책임하게 책임을 후배들한테 전가하는 상사, 이유 없이 후배들한테 화풀이하는 나쁜 상사로 물들어 버렸다. 내가 원했던 상사는 인간적인 진실함과 업무적으로 탁월한 능력과 배려, 겸손, 젠틀함이 잘 버무려져 최고의 맛을 내는 요리 선배이길 바랐다.

한 드라마의 직장 상사는 지금껏 자리를 지켜오기 위해 몸부림치며 버텨온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접어두다 못해 꾸깃꾸깃 구겨서 처박아놔서 이거(자존심)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해. 근데 나도 한때 있잖아. 여기 A4 용지처럼 스치면 손끝 베일만큼 날카롭고 빳빳한 적 있었어. 근데 이게 어느 한 순간 무뎌지고, 구겨지고, 한 조각, 한 조각 떨어져 나가더라. 결혼할 때 한 번. 애 낳고 나서 아빠 되니까 또 한 번. 집 사고 나서 또 한 번. 그리고 애 대학갈 때쯤 돼서 이렇게 들여다보니까 이게 다 녹아서 없어졌더라고.”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지금 현재 우리들의 상사들은 자식들을 위해 힘겨워도 버티는 삶을 산다. 꿈이란 건 사라진 지 오래고, 제아무리 더러워도 그 놈의 4대보험 받으려고 쥐꼬리만 한 월급 때문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런 현실이 얼마나 싫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때는 자신도 꿈이 있었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시절도 있었지만, 어느덧 조직의 틀에 맞춰가며 서서히 아래 위 눈치만 보는 사람으로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을 볼때 얼마나 자괴감을 느낄 것인가?

좋은 상사는 아빠같은 사람이 좋다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혼낼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호되게 꾸짖지만 막걸리 한잔으로 회포를 풀어주는 상사라고 한다. 또 업무적으로 빈틈이 없는 상사, 물에 물 탄 듯이 좋은게 좋은 상사라고도 말한다.

어떤 상사가 되든 모든 사람들한테 만족할 수 있는 상사는 아마도 현실에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후배들한테 인정받지 못하는 상사만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뿐이다. 그리고 이런 상사가 되고 싶다. ‘사람이 사람한테 숨쉬게 해주는 그런 상사’이고 싶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 오늘의 별미 메뉴 - 들깨 즙에 담은 누룽지 삼계탕
● 냄비에 닭 가슴살, 황기, 대파, 감초, 대추씨, 인삼, 밤, 물을 넣고 닭고기가 익을 때까지 삶는다.
● 닭 가슴살은 건져 잘게 찢어두고 인삼과 밤은 건져 고명으로 사용한다.
● 지단은 부쳐 얇게 채 썰고, 대추는 돌려 깎아 채 썰어 둔다. 누룽지는 기름에 튀겨 둔다.
● 닭 육수에 들깨 가루를 넣고 소금, 후추로 양념한다.
● 접시에 찢은 닭고기를 깔고 육수를 부은 다음 고명(실파, 대추, 밤, 인삼)을 올려 마무리한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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