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4월 말 적발한 마닐라의 한 경찰서 비밀 감방.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인권 유린 논란을 빚는 ‘마약과의 유혈전쟁’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부패 경찰 정화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무고한 시민을 납치, 감금하며 돈을 뜯어내는 경찰관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어서다.

11일 일간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의 경찰관 4명이 최근 상인 2명을 납치·갈취한 혐의로 경찰청에 체포됐다.

이들 경찰관은 피해자를 한 창고로 강제로 끌고 가 석방 대가로 40만 페소(907만 원)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경찰관은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일단 10만 페소를 받고 풀어준 뒤 나머지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도 했다.

지난 4월 말에는 마닐라의 한 경찰서에서 책장 뒤에 작은 비밀 감방을 설치, 12명을 구금한 현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적발됐다.

이 감방에는 전기는 물론 화장실도 없었다.

일부 피해자는 자신들의 혐의조차 모른 채 갇혀있었으며 마약 단속 경찰관들이 이들에게 석방 대가로 1인당 4만∼10만 페소(90만∼227만 원)를 요구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당시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수감자들이 고문을 당하지 않거나 돈을 빼앗기지 않은 한 괜찮다”고 말했다가 인권단체의 비난을 샀다.

필리핀 경찰은 작년 10월 한국인 사업가가 마약 단속 경찰관들에게 납치·살해되고 같은 해 12월에는 한국인 골프 관광객 3명이 불법 도박 누명을 쓰고 연행되는 일이 일어나자 두테르테 대통령 지시에 따라 자체 정화에 나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올해 초 “경찰이 뼛속까지 부패했다”고 질책하며 쇄신을 주문했지만, 경찰 비리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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