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악·노래·무용 절도있게 어우러진
조선시대부터 600여년 이어온 제례
보존·전승해야 할 세계적 문화유산

▲ 성인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열기가 높았던 대통령선거 투표일 이틀 전에 그리고 중국에서 오는 황사와 함께 미세먼지가 심했던 일요일, 5월7일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종묘에서 종묘대제가 열렸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선정됐고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단이 국제문화행사로 주최했다. 오래만에 참여해 종묘대제 즉, 정전 제향과 별묘인 영녕전 제향을 구경했다.

행사 종료 후 정전 내부를 구경하기까지 10시부터 한나절이 걸려 점심시간을 제외해도 5시간 정도 소요됐다.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의미있는 국제행사로, 종묘에 제례드릴 때 벌이는 기악·노래·무용의 총칭이 종묘대제다. 경건하고 단아한 음악과 절도있는 춤을 곁들인 공연에 가까운 의식을 포함한 제례로 세계적으로 자랑하기에 충분하다.

종묘제례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에서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의식으로, 제사 중에서 제일 규모가 크고 중요해 종묘대제라 한다. 원래 봄, 여름, 가을, 겨울, 납일(음력 12월 그믐) 등 1년에 5회, 1박2일로 치르는 행사였지만 이제는 매년 5월 첫 일요일 하루에 봉행된다.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수도로 천명한 후 일사천리로 진행한 도시 계획. 도읍지가 정해지면 가장 서둘러 세워야 할 3가지 건축이 있다. 왕궁, 종묘와 사직 그리고 성곽. 이중에서 경복궁보다 먼저 지은 것이 종묘다. 궁궐에 앉아 임금이 남측을 바라보며 왼쪽에 종묘와 오른쪽에 사직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왕궁과 성을 축조했다. 정도전은 유교의 가르침을 도시계획에 드러내어 인의예지신(仁義禮知信)을 따라 흥인지문(동대문), 돈의문(서대문), 숭례문(남대문), 숙정문(북대문), 보신각(종각)으로 사대문과 종루를 지었다.

종묘제례는 1969년부터 종묘제례보존회(전주이씨 대동종약원)에 의해 복원되었으며, 행사는 제사 준비과정과 임금이 왕궁에서 나와 종묘에 이르는 어가행렬과 제례 봉행으로 나뉜다. 1975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6호로 지정됐고, 2001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2006년부터 국제문화행사로 격상됐다.

어가 행렬 뒤 재궁에서 목욕재계하고 종묘 제례의 첫 행사는 제관들이 정해진 자리에 서는 취위(就位)절차다. 진청행사는 선왕과 선후의 신주를 감실에서 받들어 내와 좌대에 모신 후 초헌관을 모시는 찬례가 초헌관에게 제향을 거행하도록 청하는 영신례다. 이어 신판례는 날이 밝아 오는 때 울창주(울금초와 검은 기장쌀로 만든 술)를 땅에 부어 신을 맞이하는 의식이다. 향을 피워 천상에 계신 혼령을 모시고, 울창주를 관지(신실 안 마루에 있는 지하로의 구멍)로 부어 지하에 계신 체백(體魄)을 모시고 예물인 폐백을 올리는 일이다.

행사를 보다 보니, 차례나 묘소에서 향을 피우면서 ‘하늘에 계신 혼’을 모시고, 동시에 술을 지하로 흘리며(퇴주잔에 부으며) ‘지하에 계신 백’을 모셔야 하고, 그래서 ‘혼’과 ‘백’이 제사상에서 만나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왜 정전 건물이 수평적으로 19칸, 100여m에 이르는지 궁금했다. 종묘제례악을 들으며, 팔일무로 문무와 무무를 보며, 평소 생각하던 입체음양오행론으로 궁금한 점을 풀 수 있었다. 하늘­사람­땅으로 이어지는 삼재와 음양오행론과 지하 구천세계로부터 28수 별자리에 이르는 우주 구조 속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선조들의 순환 사고가 담겨있는 행사로 해석되었다.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무형유산과 기록유산은 아시아 다른 나라보다 적지 않다. 600여년 지속되고 다시 재현된 조선시대 제례를 보니 감회가 새롭고, 세계의 시민들을 위해서도 이를 잘 지켜나가야겠다. 개인적으로 세계문화유산 강의를 더 잘해야겠다.

성인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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