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등록문화재 103호...울산지역 최초 천주교 성당

12일부터 3일동안 기념행사

▲ 언양성당 전경. 경상일보 자료사진

울산과 경남지역 천주교 신앙의 출발지인 언양성당(주임신부 계만수 안토니오· 김현 안셀모)이 올해로 설립 90주년을 맞이했다. 천주교 박해가 거듭되던 조선시대부터 천주교 신자들의 피난처이자 신앙의 중심지였던 언양성당에서 이번 주말 이를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가 마련된다.

언양은 경상남도 최초의 천주교 공소(본당보다 작은 천주교의 단위교회)인 불당골 공소가 있었던 곳이다. 불당골 공소는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주해온 신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신앙공동체였다. 당시 험준한 산세를 끼고 있는 언양으로 피신한 신자들은 산 속에서 옹기나 숯을 구워 생계를 유지했다.

특히 영남지역의 천주교 전파는 주로 박해를 피해 온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 졌다고 알려졌으나, 언양지역은 1801년 신유박해 이전부터 지역 향반인 창녕 성씨 가문과 해주 오씨 가문, 경주 김씨 가문 등에 의해 자발적으로 수용됐다.

천주교 박해가 끝난 뒤 언양지역에서는 본당 설립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지난 1927년 부산 본당으로부터 분리한 언양천주교회가 설립됐다.

이후 언양 본당에 부임한 초대 주임신부 에밀 보드뱅 신부의 주도 아래 ‘언양지방 천주공교협회’의 모금 운동과 가톨릭 포교단체인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의 지원의 지원을 받아 1936년 울산지역 최초의 천주교 성당인 언양성당이 건립됐다. 에밀 보드뱅 신부는 직접 성당건물을 설계하고, 명동성당을 건축한 중국기술자를 데려와 성당을 완공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내 유일한 석조 고딕식 성당으로 만들어진 언양성당은 완공 당시 사람들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 구경할 정도였으며, 현재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103호로 지정돼 있다.

이같이 지역 천주교 역사를 대표하는 언양성당은 본당 설립 90주년을 맞아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본당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 행사는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1테살 5,16~18)라는 성경 구절을 주제로 3일간 이어진다.

첫날인 12일에는 ‘기쁨’을 주제로 개막 미사와 ‘기억하는 언양성당’ 전시가 열린다. 수녀원을 리모델링해 마련한 전시장에서는 언양성당 설립 당시 수녀들의 물품과 사진 등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이어 둘째날에는 ‘기도’를 주제로 역대 언양성당 출신의 사제와 수도자 20여명과 수녀님 40여명이 참석하는 초청미사가 열린다. 저녁에는 성극 공연을 포함한 ‘성모의 밤’ 행사가 이어진다.

마지막 날인 14일에는 ‘감사’를 주제로 언양성당 90주년 기념 미사가 진행된다. 현재 언양신당에 교적이 등록된 3000여명의 신자 중 700여명이 미사에 참석할 예정으로, 미사가 끝나고 신자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가족 한마당’ 잔치도 펼쳐진다.

언양성당 관계자는 “언양성당은 박해시대로부터 200여년간 내려온 언양지역 뿌리깊은 가톨릭 신앙의 중심지다”며 “90주년 기념 행사에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참석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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