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해설사의 비망록-울산여지승람(31)호기심천국 ‘산업관광’

 

첫번째 코스는 매곡산업단지
부품기술연구소 전시관에서
장애인 탑승용 의자 등 체험 가능

이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견학
자세한 설명과 함께 현장관람 가능
현대중공업 배 건조 현장도 볼 수 있어

굴뚝산업의 견조한 기반 위에
첨단산업의 발전 기대감
여행은 삶의 재충전이다. 여행광풍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가볍게 떠나는 여행도 있고 일정기간 별러 마음먹고 떠나는 여행도 있지만 태산도 한줌의 흙으로부터 시작하듯 가까운 우리나라, 혹은 우리 동네부터 구석구석 돌아보는 것도 재미가 될 것이다. 특히 한 도시의 면면을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한 번에 쭉 돌아 볼 수 있는 가성비 확실한 투어를 이용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울산에는 다양한 시티투어 코스가 운용되고 있으며 산업, 역사, 해안, 달빛, 산악, 순환 등 각기 다른 주제로 코스가 짜여져 있다.

그 중 산업관광은 기업, 공장시설과 제품, 산업문화재 등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산업유산을 관광 상품화 한 것이다.

 

1962년 2월 울산의 납도에서는 수많은 구경꾼이 모인 가운데 다이나마이트가 터지는 우렁찬 소리가 울려퍼졌다. 울산특정공업지구 선정 이후 기공식이 열린 날이다. 그 이후 울산은 명실상부한 산업수도로서, 대기업 외 많은 기업이 밀집하게 되었으며, 시대가 바뀐 지금은 울산을 알리는 시티투어의 대표 코스로도 활용되고 있다.

울산 산업관광은 말로만 듣던 세계 유수의 기업인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울산의 주력산업을 돌아보는 특별한 재미와 이색체험을 할 수 있는 여정이다. 해설사가 전 일정 동행한다. 사람들을 태운 시티투어 버스는 일제 시대 비행장이 있었던 삼산동을 출발해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현재 서울가락동 농수산물의 40% 가량을 공급하는 특산품인 부추재배단지를 지나고, 첫번째 코스인 북구 매곡동 매곡산업단지에 도착한다.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울산에는 오토 밸리(auto valley)가 있다. 자동차 산업은 노동, 금융, 소비 등 전후방 연관성이 30%에 달할 정도로 경제에 중요한 산업이다. 울산의 대표적 산업인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동차 클러스터(cluster·집적) 단지로 조성된 곳이다. 첨단 부품연구단지와 50여개의 부품생산 공장, 충돌실험장 등을 갖춘 단지로 매곡부품연구생산단지, 연암동 모듈화 단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까지 오토 밸리로를 따라 일괄적인 생산경로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단지 내 부품기술연구소 1층에 위치한 전시관에서는 이 곳에서 생산되는 여러 부품들과 자동차산업의 역사를 먼저 살펴볼 수 있다.

전시관 관람 이후에는 이 곳에 상주해 있는 업체 중 모토웰과 한국몰드 두 곳의 전시장을 찾는다. 모토웰은 장애인을 위한 차량 편의시설을 제작하는 곳인데 장애인을 위한 탑승용 의자 버튼을 눌러 작동하는 체험을 간단하게 해 볼 수 있어 어린이들이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장애인과 그들을 위한 편의 시설에 대해 이해를 높이는 체험이 될 듯하다.

요즘의 여행 트렌드는 맛과 멋이라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진리임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 다가올 때 즈음, 만한전석(滿漢全席)은 아닐지라도 낯선 곳에서의 점심이 또 다른 여행의 묘미 임을 느끼며, 오후의 나른함을 날려버리는 코스로 이동한다.

 

150여만 평에 식당만 24개, 하루 식비가 2억원, 사내 경찰이 있다고 하는 곳, 놀랍고 호기심이 가득찬 그 곳. 우리나라 최고이자 글로벌 5위권에 드는 현대자동차를 견학할 차례다. 홍보사원의 안내에 따라 자동차 역사관을 관람한 후 부품을 차체에 장착하는 조립 현장을 볼 수 있는 의장 공장을 견학한다. 레일을 타고 공중으로 이동하는 부품도 보이고 새롭게 단장된 견학 코스를 자세한 설명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 된 고객서비스 인 듯하다.

또 자체 항만을 가지고 있어 4만t이 넘는 큰 배에 자동차를 직접 실어 나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된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몇 개국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미래차 연구에도 기대감을 가져본다.

땅 위를 달리는 자동차 공장을 견학했으니 바다를 달리는 선박을 건조하는 곳, 현대중공업을 둘러 볼 차례다.

▲ 근현대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 산업수도 울산의 산업사를 보여주는 산업관광 시티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들에겐 미래를 가늠하는 새로운 안목을, 어른들에겐 근대화 과정을 반추하는 추억의 산물을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다. 사진은 자동차 선적장, 매곡사업단지 내 부품전시관 등 산업관광 시티투어 코스들.

1972년 설립된 세계 최고의 조선소로서 최초 건조 선박이자 도크 건설과 선박 건조를 같이 했던 애틀랜틱 배런(Atlantic Baron·유조선)의 건조 이야기는 세계 조선사의 전설로 남아있다. 역사관 관람 후 공장 특성상 버스를 탑승하고 선박 건조 현장을 둘러보는데 세계 유수의 조선소답게 역시 대단한 규모의 사내 통계와 더불어 2000개가 넘는 선박건조 물량, 사업영역 조정 등 최근의 불황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까지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 박혜정 울산시 문화관광해설사

어마어마한 크기의 건조 중인 배들을 보며 도크가 가득 차는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면서 울산의 산업관광 시티투어 일정을 마무리 하게된다.

지금은 4G시대를 넘어 5G시대라 한다. 미래의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대이다. 시대에 맞춘 발 빠른 변화도 중요하지만 굴뚝산업의 견조한 기반 위에 첨단산업의 발전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울산지역 국보인 천전리각석에는 풍류도라 부르는 화랑의 교육활동을 묘사한 기록이 있다. 이는 현재로 보면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한 인재양성 프로젝트로 보여지는데, 지식의 힘을 키우기보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 방식이 현대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관광이 지역관광산업 활성화의 주요 자원이라 여겨지며 특히 산업과 밀접한 울산은 가성비 만점의 가장 유리한 산업관광 메카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혜정 울산시 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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