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부평 청천공단 내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을 파헤쳤다. SBS캡처.

인천 강화도 외곽 공설묘지에 봉분 하나 없이 묻힌 ‘덕성63’.

그가 그곳에 이름도 없이 외로이 묻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5월 1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부평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을 파헤쳤다.

무연고 시신들이 묻혀 있는 인천 강화도 외곽 공설묘지에는 덕성63의 무덤이 있다. 봉분 하나 없는 무덤. 덕성 63은 소규모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인천시 부평구 원적산 분지에 위치한 청천공단에서 백골로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 강모씨는 동료와 함께 공단 내 한 건물에서 작업 중이었다. 오래된 재래식 화장실을 철거하던 중 강모씨와 동료는 재래식 화장실 옆에 타설되어 있는, 유독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에 애를 먹어야만 했다. 한참을 망치질을 한 끝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깨지는 순간, 강모씨는 그 안에서 덕성63의 백골화된 시신을 발견했다.

부검 결과 덕성63은 여성으로 사망 당시 나이는 20대 전후로 추정됐다. 그의 신체에서 확인된 특이사항은 오른쪽 아래 첫 번째 어금니가 생전 탈골된 상태라는 것. 덕성63은 162~170cm의 키에 몽골계 여성으로 함께 발견된 머리카락은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긴 머리카락이었다.

그러나 사망 시기는 추정하기 어려웠다. 시멘트로 매장이 될 경우 외부의 공기와 미생물, 벌레 등을 차단하기 때문에 시체 부패 속도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아직까지 변사 사건으로 분류되어 있다. 시신이 매장된 것만 발견됐을 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망했는지 확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우선 콘크리트 구조물이 언제부터 해당 장소에 있었는지 알아내기 위해 사진자료를 추적했다. 유일하게 콘크리트 구조물이 포착된 것은 2013년 11월에 촬영한 사진을 통해서다. 1층 임대를 앞둔 건물 주인이 한 업체에 청소를 의뢰했고 작업을 마친 후 찍은 사진이 남아있었던 것.

여기에 경찰은 시신과 함께 발견된 라면수프 봉지와 담배곽 디자인, 콘크리트 중성화 수치를 분석해 시신이 매장된 시기를 2006년부터 2008년 사이로 좁힐 수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건물 주인들이 계단 밑의 타설물을 기억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동안의 건물주들을 한 명씩 추적해 만남을 가졌다.

첫 번째 건물 주인은 2000년까지 그곳에서 생활하며 박스 공장을 운영했다. 그는 “1층만 썼고 2층은 임대 했고 3층은 기숙사로 썼다. 계단 거기에 벽돌을 쌓았는지 안 쌓았는지 그런 기억도 안 난다”며 “우리는 3층에 화장실이 있어 1층 화장실은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제작진이 찾아간 세 번째 건물주는 2명의 공동소유로, 소유자는 이 모씨와 서 모씨였다. 친구 관계인 두 사람은 1층에서 단자 공장을 운영했다. 당시 1층 내부에 수세식 화장실이 없어 건물주들은 백골이 묻혀 있던 옆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진은 이 사장을 만나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으나 이 사장의 부인은 “깨끗한 사람인데 계속 조사 하니까. 경찰도 안 만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당시 이 사장은 백골이 매장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었고 본 기억도 난다고 말했으나, 반면 친구인 서 사장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 사장을 만나는데 실패한 제작진은 서 사장을 찾았다.

서 사장과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서 사장의 부인은 흥분해 제작진에게 화를 내며 따졌다. 아내를 진정시킨 서 사장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는지)몰랐다. 우리는 일만 했다. 그 친구는 팔자고 하고 난 안 판다고 했다. 나도 갑자기 어렵다 보니 그냥 팔게 됐다”고 말했다. 건물을 팔지 않은 것은 재개발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서 사장과의 인터뷰 영상을 본 범죄 심리 전문가 이수정 교수는 “부적절한 느낌이 있기도 하다. 민감한 질문을 하면 아내가 언제나 끼어든다. 남편은 주로 웃는다. 시종일관 왜 이렇게 여유로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박지선 교수는 서 사장 부인이 “그 일은 나한테 가슴 아픈 일”이라고 표현한 것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가슴 아픈 지점이 어디일까. 내가 소유하고 있던 건물에서 시신이 나온 일? 경찰 소자를 받은 일과는 어울리지 않는 감정 표현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덕성63이 매장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2013년 한 청소 업체에 의해 촬영된 사진을 통해서다. 사진 속에는 계단 밖으로 불거져 나온 콘크리트 구조물이 확실하게 찍혀있다.

경찰은 이 사진을 서 사장의 휴대전화에서 찾았다. 당시 서 사장은 경찰에 해당 사진이 청소를 맡겼던 청소 업체가 일을 끝나고 확인 증거로 찍어서 보내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청소업체를 찾아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자 청소업체 대표는 “내가 찍었다 그러던가요? 내가 찍어서 보내준 거 아니에요”라고 대답했다. 이후 청소 업체 대표는 장부를 가져와 청천동 건물을 청소한 날짜가 12월 18일이라고 제작진에게 확인시켜 줬다. 그러나 서 사장의 핸드폰 속에서 발견된 사진은 11월 24일에 찍힌 것으로 확인됐다.

즉 서 사장이 사진을 입수한 경로를 거짓으로 증언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이수정 교수는 “(사진을)보관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거다. 그 이유라 함은 이 사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결국 시신 때문에 이 사진을 보관해야 하는 심적 무게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사진을 촬영했을 만한 이유를 분석했다.

제작진이 다시 서 사장을 방문해 사진에 대해 묻자 서 사장은 재차 “청소 업체 대표가 보내준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찾아가서 물어봤는데 안 보냈다던데요?”라고 반문하자 서 사장은 말을 잃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수상쩍은 정황은 그 뿐만이 아니다.

공단 내 사람들은 “거기 굿했다. 무당 데려다 굿을 했다”, “돼지 통째로 놓고 굿도 했다. 기가 센 터라고 해서. 무당을 불러서 한 게 다섯 번이었다” 등의 증언을 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무속인은 돼지를 통째로 사용하고 삼지창을 이용하는 굿은 두 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타살굿이라고 설명했다. 타살굿은 그 터에서 죽어간 영혼을 달래기 위한 굿으로 과거 무덤 터였던 곳에 주로 행하는 굿이다.

한편 경찰은 “변사자의 지문이 시멘트에 굳어있는 상태로 발견돼 실리콘을 넣어 지문을 채취한 상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실종 가출 여성, 국내에 입국했던 외국인 상대 비교 지문을 실시해서 신고되지 않은 여성일 수 있다는 부문도 염두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망한 여성은 20대 전후로, 만약 한국인 여성이라면 어린나이에 집을 나왔다면 지문이 등록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반면 한국인 여성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일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안타깝다. 망자에 대한 어떤 억울함이라도 있다면 해결하기 위해 수사팀에서 진실을 밝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덕성63은 지난해 4월 발견된 후 6월 강화도 공설묘지에 묻혔다. 10년 안에 그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면 유골은 화장된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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