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빨개국수(옥교동 아제국수)

 

시민들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 주1회 문화면에 ‘맛집투어-울산의 줄서는 집’을 연재한다. 맛집을 소개한다기 보다 그 맛집이 ‘줄 서는 집’으로 인식되는데 가장 공이 큰 메뉴를 소개하는데 방점을 둔다. 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본보 홈페이지와 이메일(nomade@ksilbo.co.kr)을 통해 숨은 맛집과 그 집의 별미를 추천받는다.

울산 중구 문화의거리(옥교동)에 자리한 아제국수. 도심 속에 있지만 주차장이 없어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점심과 저녁시간이 가까워 질수록 국수집으로 향하는 발길이 바쁘다. 끼니마다 문 앞에서 빈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불편을 감수하게 만드는 특별한 맛이 무엇일까. 먹을수록 빠져드는 매콤·달콤·새콤한 맛, ‘빨개국수’다.

빨개국수를 주문하니 그릇 속에는 중면 국수면발이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있다. 그 다음엔 아이스 셔벗 형태의 새빨간 양념장이 한 국자 끼얹힌다. 고명으로는 오이와 당근채, 손으로 찢은 상추, 표고버섯과 통깨가 전부다. 젓가락으로 면발을 비비면 얼음 알갱이가 채 녹지 않아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낸다.

후루룩. 한 입 가득 흡입한 순간, 첫 맛이 차갑고 시원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감각이 마비된 입 속으로 청양고추의 앙칼진 매운 맛이 훅 치고 들어온다. 우물우물 쫄깃한 면발을 음미한 뒤에는 한 겨울 동치미에서나 느껴지는 청량감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 채 입 속을 맴돈다. 빨개국수 양념장은 고추장과 매실청이 주 원료다. 동치미 국물도 들어간다. 국물은 양념장에, 무는 단무지 대용의 밑반찬으로 사용된다.

김창근(46) 아제국수 대표는 “차마 밝힐 수 없는 비법 야채가 하나 더 들어간다”고 했다. 다만 “누구나 맞힐 수 있는, 흔한 재료”라고 덧붙였다. 관건은 각 재료의 배합 비율이다. 일주일간 저온숙성 기간을 거치는 것도 이 집만의 비법이다.

빨개국수에는 바싹 구워진 대패삼겹살이 딸려 나온다. 국수의 매운 맛이 삼겹살의 고소한 기름으로 중화돼 금상첨화다. 한때는 우삼겹이나 간장불고기도 곁들여 봤지만 최고의 궁합은 역시나 대패삼겹살을 따라올 수 없었다.

아제국수는 남구 무거동에서 13년간 운영되다, 지난해 1월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시내 중심가로 들어오니 가게 규모는 턱없이 작아졌다. 4인용 테이블 2개에 5명이 나란히 앉는 일본식 다찌가 있을 뿐이다. 사실 이 집이 ‘줄 서는 집’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식당명인 ‘아제국수’와 메인메뉴 ‘빨개국수’는 모두 김 대표의 어린 아들이 지어줬다. “집에서 아들과 아내에게 자주 해주던 음식으로 식당을 차렸는데, 사람들 입맛이 다 비슷한가봐요. 욕심없이 작은 가게, 줄 서는 맛집으로 오랫동안 국수를 삶을래요.” 욕심없는 김 대표의 소망이다. 홍영진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