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기간에도 심심찮게 목격됐던
줄세우기 구태는 이제 그만 사라져야
전정권 반면교사 삼는 통합대통령 기대

▲ 최건 변호사

드디어 치열했던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5월10일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다. 이번 선거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조기에 실시된 선거인만큼 선거 운동도 매우 치열했고, 국민 관심 또한 높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과거에 존재했던 여러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은채 더욱 더 심화된 듯하다. 특히 이른바 ‘줄 세우기’도 계속됐다. 이번 선거가 본선 뿐 아니라 당내 경선도 매우 치열했기에 과거보다 더 심해졌는데, 정치권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도 줄을 세우려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줄 세우기의 예는 선거 때만 되면 있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 업계 인사 XXX명의 선언’이 아닐까 싶다.

이번 선거에서도 우리는 ‘무슨 업계 XXX 명이 누구누구 후보를 지지하였다’는 뉴스를 자주 접했다.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XXX 명 중 몇 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플래카드를 걸고 우리는 누구누구를 지지한다며 후보자 또는 선거 캠프 관계자와 사진을 찍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진정성이라는 알맹이가 결여되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당내 경선부터 각 후보와 친분이 있거나 이번 기회에 줄을 서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주도 하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모집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친분이 있는 동종 업계 사람들에게 지지선언 명단에 동참해달라며 부탁한다. 그리고 SNS 등에 ‘자신이 누구누구를 지지하는 이유’라는 글을 올리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좋아요’를 구걸한다. 부탁을 받은 사람들은 매우 난감하다. 일부는 그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동조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친분있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어려워 마지못해 자신의 이름을 쓰라고 허락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이번 선거 정국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명단에 이름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수차례 받고 최대한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거절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수백 명을 모은 사람들은 그 명단을 가지고 후보 캠프에 찾아가서 ‘나는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생색을 내면서 마치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업계를 대표하는 듯이 지지선언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신의 동의 없이 이름이 들어가 있다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항상 목격된다.

그런데 이러한 구태의연한 방식의 선거운동이 계속되는 것은 세를 과시하고픈 후보자 측과 ‘대가’를 바라거나 최소한 ‘보험’이라도 들어놓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판단하는 지지자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지지후보가 당선이 되면 선거운동을 주도한 사람들은 자신이 당선의 일등 공신이라면서 당선인 측에 유·무형의 대가를 바란다. 단순 서명만 한 사람들 역시 안도의 한숨을 쉰다. 혹시 약간의 떡고물을 기대하면서 적어도 ‘보험’은 들어놓았기 때문에 일에 지장은 받지 않겠다며 안심하곤 한다. 반면 다른 쪽에 줄을 선 사람들은 전전긍긍한다. 소위 찍혀서 부당한 압력이 있지 않을까 혹시 세무조사나 있지 않을까 걱정한다. 매 선거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사람들마다 새로운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모두 다르겠지만 필자는 자신을 지지했다고 유·무형의 이익을 준다거나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고 불이익을 주는 행태를 근절하기를 바란다. 당선인이 진정으로 ‘통합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40% 남짓의 지지층이 아닌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60%의 국민을 배려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쟁 후보들의 공약 중 상당수는 수용하고, 반대진영 인사들도 과감히 등용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지지계층만을 상대로 국정 운영을 했던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건 변호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