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워킹맘들 출산·육아를 말하다

▲ 왼쪽부터 석현주 기자(문화부) 2017년 6월 출산 예정, 이애정 부장(편집부)1남(16세), 김준영 기자(편집부)1남(3세), 송희영 기자(편집부)1녀(8세)1남(4세),홍영진 부장(문화부) 1녀(20세)·1남(18세)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5명 여기자 모두 부모와 공동양육
“난 복받은 사례”믿고 맡길만한 보육시설 아쉬워
아빠 육아휴직 당당하게 쓰도록 법적 의무화해야
출산과 육아 통해 인간적으로 성숙 직장생활 큰 도움

한국이 초저출산 국가로 접어든 지 17년째다. 특히 올해는 출생아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울산의 자연증가율(저절로 늘어난 수량이 전체 수량에 대해 차지하는 비율로 출생률에서 사망률을 뺀 값)이 광역시 승격 이래 최저치였다. 1997년 광역시 승격 당시 14.4명이던 자연증가율은 계속 감소해 2015년 6.4명, 2016년 5.1명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총 80조원을 썼다. 출산·육아정책은 시대마다 급변했고, 양적으로도 매우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정책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제대로 실행되지 않거나, 혹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 또다른 이유 중 하나는 일하는 여성들이 일·가정 양립에 있어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인구절벽’ 사태를 맞은 2017년, 창간 28주년을 맞은 본보는 사내 워킹맘(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양육하는 여성) 기자들이 경험담을 공유하며 지역사회 현안인 ‘출산율 저하’와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 봤다.

◇믿고 맡길만한 보육시설 부재

경상일보의 여직원 비율은 전체 직원 수의 28%다. 이중 절반이 기혼이며 그 중 절반이 편집국 기자로 근무한다. 이들은 종합편집부와 문화부에 주로 근무하는데 종합편집부의 근무시간은 오후 1시~9시로 일반 직장여성의 근무 패턴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문화부의 경우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평일 저녁이나 주말 취재로 퇴근 후에도 가정으로 바로 돌아가기는 힘들다. 워킹맘 기자들은 육아에 가장 어려움을 느낀 부분이 보육시설의 부재였다.

송희영 기자는 “올해 첫 아이가 학교에 입학했다. 정규수업을 마친 뒤 학교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돌봄교실 정원이 24명이었다. 한 학년 전체 인원이 200명 가까운데 돌봄교실에 들어가기 너무 힘들다. 이러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워킹맘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했다.

이애정 부장은 “편집부는 보통 오후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한다. 출퇴근 시간이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보육시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원하는 시간에 아이를 맡기고 데리고 올 수 있다면 좀 더 마음 놓고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장은 27년 차 기자다. 그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여직원이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면 회사는 당연히 그만두는 것으로 여겨졌다. ‘산후휴가 60일’이라는 법적 제도가 엄연히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입사 동기들에 비해 결혼과 출산이 늦었던 이 부장은 2002년 1월 출산 이후 사내 처음으로 90일의 출산휴가를 사용했다. 이 부장은 “출산휴가 후 회사에 복귀한 뒤에는 시어머니와 이모에게 잠시 아이를 맡겼지만 육아라는 것이 돌발상황이 있는 만큼 출근시간을 맞추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했고, 밤늦은 퇴근시간 뒤 다시 육아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결국 생후 17개월의 아이를 데리고 무작정 친정에 들어가 식당을 하는 친정부모에게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친정아버지는 평일엔 한 번도 밤외출을 못했다. 너무 죄송했지만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워킹맘들이 힘을 낼 수 있는 배경에는 가족들이 있었다. 일하는 엄마의 빈자리는 아내의 직장생활을 배려하고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분담해 준 남편, 손주를 대신 양육해주시는 부모님이 대신 채워줬다. 본사 워킹맘은 모두 친정이나 시댁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들은 “부모님 덕분에 일할 수 있었다. 우리는 복 받은 케이스”라고 입을 모았다.

◇육아는 가족 공동의 몫

현재 우리나라에는 남성의 육아휴직, 아빠의 달 등 다양한 출산·육아정책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을 믿고 아기를 낳아도 되겠다 싶을 만큼 정책이 완벽하지도, 제대로 활용되지도 않는다.

석현주 기자는 “국내 한 언론사의 경우 남성 기자들도 육아휴직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일 년새 육아휴직자 남녀 비율이 5 대 5 수준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서 여성 기자의 임신을 위험성으로 보는 시각이 옅어졌고, 인력 공백 대책 마련도 빠르게 진척됐다고 한다. 남성 육아휴직의 의무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준영 기자도 “아빠가 아기를 돌보기 위해 칼퇴근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아직 낯설다. 아빠들이 일터에서 ‘워킹대디’라고 주장해야 ‘워킹맘’들이 직장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육아는 남녀 공동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희영 기자 역시 “육아는 부부 공동의 몫이다. 엄마가 아이 양육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워킹맘들도 홀로 감내하지 말고 남편과 육아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휴직 기간은 52.6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제도적으로는 잘 갖추어져 있지만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시민 복지 체감도가 매우 낮은 것이다. 이윤형 울산발전연구원 박사는 “저출산은 여성의 지위 향상, 보육과 경제적 비용 부담, 삶의 가치관 변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야기된 문제”라면서 “저출산문제를 단편적으로 접근하기 보다 궁극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육아 경험을 경쟁력으로

경상일보 워킹맘들은 세상에 태어나 한 일 중 가장 뿌듯한 일이 출산과 육아이며, 아이를 키우며 한층 더 성숙했다고 말한다. 이 부장은 “출산 후 포용력이 생겼고, 육아를 경험하면서 정신적으로 수행이 됐다. 사람을 대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힘이 됐다”고 한다.

홍영진 부장 역시 “출산과 육아는 조직에 스며들기 좋은 품성이나 인성을 길러주며, 활동반경도 넓혀준다. 인간이 한걸음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홍 부장은 결혼과 동시에 퇴사했다가 아이들의 유아기를 지켜본 뒤 재입사했다. 재입사 당시 아이들은 8살과 6살. 휴직기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후 직장생활로 인해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 두 아이의 운동회는 물론 입학식과 졸업식 조차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미안함이 크다. 8년 가량 일을 쉬었던 홍부장은 경력단절을 겪고 있거나 예비맘들에게 조언을 들려주기도 했다.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은 단절이 아니라 비축이다. 훗날 진일보할 수 있는 준비단계이며, 경력단절 여성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육아기에는 아이들에게 충실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에는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애정 부장 또한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시기는 생각보다 짧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에는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고, 직장에서는 업무에 집중한다면 워킹맘에 대한 전체적인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편집=송희영기자 nnsh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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