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께 드리는 울산의 제언(1) 김기현 울산광역시장

▲ 김기현 울산광역시장

산업수도 울산 문제는 대한민국 미래발전에 관한 문제
균형발전 위해 미래車거점기지 선정 차질 빚지 말아야
인사·재정·예산 등 기본축 부실한 지방분권 활력 높여
변화 택한 표심 화답하고 전폭적 지지받는 지도자 되길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혼란을 겪은 후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임기를 마친 후 꼭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정치도 선진국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세간의 관심은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까 하며 기대반 우려반인 것으로 여겨진다. 대선 후 지역의 한 언론은 울산이 전국의 표심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라고 했다. 순위와 득표율이 전국 평균과 닮았다는 뜻이다. 울산의 표심을 지역적 관점에서 보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변화이고 또 하나는 유보된 신뢰이다. 변화는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다.

울산은 지금 목마르다. 조선산업의 혼미가 계속되고 석유화학, 자동차산업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제4차 산업혁명을 열어갈 신산업은 이제 막 출발을 한 단계이다. 그야말로 대전환기에 놓여있지만 아직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이다.

맹자는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이 없다’고 했다. 울산의 항산이었던 주력산업이 침체에 빠져있고, 새로운 항산은 아직 여물지 못한 현실에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울산이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주마가편이다. 더 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울산의 문제는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한 문제이다.

다행히 대통령께서 울산에 필요한 약속을 했다. 조선산업 경쟁력강화를 위한 국립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 설립, 석유화학공단 지하배관망 등 안전진단, 외곽순환도로 조기착공, 국립3D프린팅연구원 설립과 3D프린팅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 공공병원 설립과 태화강대공원의 국가정원 지정을 약속했다. 중요한 여러 현안이 포함돼 있어 약속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울산발전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쉬운 것은 미래자동차분야이다. 울산은 미래자동차의 핵심기술인 2차전지의 세계적 거점으로 도약하고 있으며, 수소연료전지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여 지금은 택시와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또한 단일 플랜트로서는 세계 최대 생산규모의 자동차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소재업체가 무려 500개에 육박한다. 이미 그린카기술센터를 건립하여 운용하면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런 울산을 미래자동차 거점기지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은 균형발전이라는 논리에 매몰되어 울산이 쌓아온 노력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균형발전은 산술적인 균형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묘사 떡 나누듯 하는 것이 균형은 아니기 때문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지원하고, 잘하고 있는 것은 더 잘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균형발전이다. 그래서 새 정부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믿기에 통 큰 지원과 관심을 기대한다.

또 하나 기대하는 것은 지방분권이다. 지난 시장직 수행 3년동안 예산철마다 서울과 세종시에 살다시피 했다. 예산확보를 위한 전쟁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생각했던 것이 지방분권이다. 분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지방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처방이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사반세기가 지났지만 지금도 20%자치에 머물러 있다. 인사와 재정, 조직, 입법의 기본축이 부실하고 허약하다. 그러다보니 지방의 중앙예속은 갈수록 심해지고, 예산전쟁은 그 모든 것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단면이다.

새 대통령께서는 시도지사들과 제2국무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필자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이 공약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지역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통로이기 때문이다. 과감하고 전폭적인 분권국가로의 전환을 기대한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MORE와 LESS의 이중주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 것인가에 있다. 더할 것을 빼고, 빼야 할 것을 더할 때 대통령도 불행해지고 국민도 불행해지는 것을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새 대통령이 국민은 모으고 권력은 나누기를 바란다. 변화를 선택한 표심에 화답하고, 유보된 신뢰를 전적인 신뢰로 바꾸는 해답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사례 현수막은 “함께 갑시다”이다. 그 길을 대통령께서 더 크게 열어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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