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노동자 일자리 나누기 동참
기업은 신규일자리 창출노력 등
울산경제 활성화 함께 힘모아야

▲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5월초 연휴기간 중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행객수가 2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많은 국민들에게 이제 해외여행이 일상화되었다고 할 만큼 우리 경제는 규모가 커지고 개인의 부도 축적됐다. 그렇지만 조금만 옆을 살펴보면 아직도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연휴 기간 중 거제에 있는 한 조선소에서는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2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남들이 여가를 즐기고 있을 때 이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뙤약볕 아래서 일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최근에 발생하는 다른 사고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들 대부분은 비정규직 파견근로자였다.

그 동안 세계화, 자유화는 경제의 외적 성장을 가져왔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 구성원 간 양극화를 초래했다. 작년 미국 대선과정에서 버니 샌더스는 뚜렷한 조직기반없이 돌풍을 일으켰는데 그 바탕에는 소득불균형 등 미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이의 해결을 위해 혁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한 그의 주장에 대한 적지 않은 사람들의 열렬한 지지가 깔려 있었다.

그는 각종 통계분석을 통해 미국의 최고 부자 15명의 자산이 하위 40%의 자산을 합한 것보다 크며, 상위 0.1%의 초부유층이 미국 총자산의 22%를 가지고 있고, 미국 하위 90%의 자산점유비율은 22%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부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그는 최저임금 인상, 중산층 이하 자녀의 공립대 등록금 무상화, 모든 국민에 대한 건강보험 시행 등을 제안했는데 이에 대해 등록금 부채와 실업난에 시달리던 젊은이들과 백인 노동자들은 폭발적인 환호를 보냈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45%로 미국의 48%에 이어 세계 2위로 나타났다. 더욱이 2016년중 상위 10%의 소득은 2.6% 증가한데 반해 하위 10%의 소득은 12.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들어 소득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나라는 고용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 실업률이 지난 4월 11.2%로 4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가운데 일부 통계에서 임금근로자의 34%, 인문계 대졸자의 40%가 비정규직으로 나타나 고용의 질 또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심심찮게 우리경제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교하곤 하지만 양극화에 따른 계층 간 갈등 심화, 도를 넘는 사익 추구성향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데 있어 일본에 비해 우리가 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당면한 우리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층의 양보와 여타 구성원의 충실한 자기역할 이행이 필수적이다. 구성원 간 상호 배려없이는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없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사이몬 쿠스네츠 교수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에 이르는 많은 함정 중 가장 넘기 어려운 함정은 선진국 바로 밑에 도사리고 있는 ‘국민의식 전환’이라는 함정이다. 대다수 나라들은 이 함정에 빠져 선진국 바로 문 앞에서 주저앉고 말았다”고 했다. 이를 우리경제에 적용해 볼 때 기존 노동자는 일자리 나누기, 임금 인상 자제 등을 통해 새로운 고용창출 여지를 제공하고 기업은 기존 노동자의 이러한 양보를 바탕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하며 새로운 기회를 얻는 이들은 구성원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울산을 생각하면 산업수도, 최고 소득도시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는 도시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비록 일부 기업에 한정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과도한 노사분규는 기업의 이미지 실추와 함께 종종 노조가 이기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의식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울산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존 노동자의 양보와 자제 그리고 이에 상응한 기업의 고용 창출 노력 등이 하루라도 빨리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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