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성 ‘윤한봉’
5·18 민주화운동 마지막 수배자 삶과 정신 다룬 평전

·한강 ‘소년이 온다’
살아남은 이들이 견뎌내야 하는 날들을 소설로 담아

·황석영 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5·18 당시 10여일의 생생한 기록을 새롭게 재구성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됐고, 18일에는 공수부대가 광주에 투입됐다. 시민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발포까지 불사했던 공수 부대에 대항해 광주에서는 시민군이 조직됐고, 고립된 광주에서는 치열한 투쟁이 이어지며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5월, 광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5·18 민주화운동이 올해로 37주년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고, 지난 주말 내내 5·18묘지에는 추모객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5·18을 앞두고 5·18 민주화 운동을 기억하는 책들이 또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으며, 새로운 신간도 출간됐다.

▲ 안재성 ‘윤한봉’

◇윤한봉

‘5·18 마지막 수배자’인 고(故) 윤한봉(1947~2007) 전 민족미래연구소장의 삶과 정신을 다룬 평전 <윤한봉>이 최근 출간됐다.

소설가 안재성씨는 윤한봉의 자서전 <운동화와 똥가방>을 비롯한 구술자료, 지인들의 추모문집, 강연록 등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이 책을 정리했다. 총 19개의 장으로 구성됐으며, 책에는 늦깎이 대학생으로 전남대에 입학한 윤한봉이 5·18 민주화운동의 주모자로 수배돼 미국 망명을 한 내용 등이 기록돼 있다.

특히 책에는 1971년부터 1993년까지 운동가로서 활동을 펼친 그의 면모가 오롯이 담겨 있다. 윤 전 소장은 전남대에 다니던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15년형을 받고 투옥됐다. 이듬해 2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지만, 이후 긴급조치 9호 위반 등으로 투옥과 도피 생활을 반복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는 내란음모죄로 수배된 뒤, 화물선에 숨어 미국으로 밀항했다. 12년간 미국 망명생활 중에는 민족학교와 재미한국청년연합 등을 만들어 통일과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1993년 5·18 수배자 가운데 마지막으로 수배가 해제되자 귀국해 5·18 정신을 계승하는 활동을 벌이다 2007년 6월 세상을 떠났다.

▲ 한강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5·18을 맞아 섬세한 감수성과 치밀한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온 소설가 한강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재조명 받고 있다.

<소년이 온다>는 전남도청 상무관에서 시신 수습을 돕는 선주와 은숙, 끔찍한 고문의 기억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다 간 진수, 그리고 친구의 죽음을 목도한 중학생 동호까지 5·18 민주화 운동을 직접 체험한 주인공들이 등장해 5월18일부터 열흘 간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가는 당시의 처절한 장면들을 묘사하며 지금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환기시킨다.

한강은 이번 소설을 통해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힘겹게 펼쳐 보이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그 시대를 증언하는 숙명과도 같은 소명을 다한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이 되는 사람들이 혼자서 힘겹게 견뎌내야 하는 매일을 되새기며, 그들의 아물지 않는 기억들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 황석영 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5·18 민주화운동을 알리는 대표적인 백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가 개정 전면증보판으로 출간됐다.

지난 1985년 당시 풀빛출판사가 발간을 맡았던 이 책은 200쪽, 원고지 700장 분량으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10일간의 광주 기록을 담고 있었다.

5·18 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대학생, 사회운동가 10명이 1981년부터 4년 간 모은 자료가 토대가 됐으며 이들이 소설가 황석영씨에게 책의 감수를 맡겼고 발간을 풀빛출판사에 의뢰했다. 그러나 이 책은 풀빛출판사가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제본소에 맡겨져 있던 1만여권이 압수됐고 한 동안 금서가 됐다. 당시 풀빛출판사 대표인 나병식씨는 구속됐다.

그해 여름 신동아가 책 내용을 연재하면서 일부 사람들이 고속복사기로 하루에 500~1000권을 찍어 비밀리에 유통되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일본어판과 영어판으로 출간돼 5·18 민주화운동을 알리는 대표적 백서가 됐다.

현재까지 50만~100만권 정도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이 책의 개정증보판이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의해 32년 만에 출간됐다. 개정판은 1985년 발간된 책의 오류를 바로잡고 새로운 진실을 담고 있다. 1980년 5월23일 광주 주남마을과 학운동 버스 봉고차 총격 사건 등이 새롭게 실렸다. 또 시민들이 만든 유인물에 의존해 기록했던 초판과 달리 개정판은 당시 현장 계엄군들이 주고 받았던 군(軍) 무전기록, 5·18 이후 군인들이 작성한 수기, 광주 시민군들의 증언 등을 통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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