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화력 좋은 마크롱과 닮은꼴…엘리트코스 두루 거쳐

▲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신임 총리.

공화당 쥐페 前총리 최측근…국민통합·총선전략 ‘다중포석’

 

에마뉘엘 마크롱(39) 프랑스 대통령이 새 정부 총리로 지명한 에두아르 필리프(46)는 프랑스 유권자들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고 나이도 채 쉰이 되지 않은 젊은 야당의원을 총리로 택한 것은 참신한 인물을 기용해 정계 기득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좌·우의 대립을 넘어서 새로운 중도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필리프는 여러 면에서 마크롱과 흡사한 길을 밟아왔고 성격과 지향하는 바도 닮은 구석이 많은 ‘신세대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마크롱처럼 엘리트코스 거쳐 공직·민간기업 두루 거쳐

필리프 신임 프랑스 총리는 중도우파 공화당 의원으로 프랑스 서북부 센마리팀 주(州)의 르아브르 시장을 겸직하고 있다.

2012년 정계에 입문했으며 마크롱과는 프랑스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과 국립행정학교(ENA·에나) 동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부처 공무원을 거쳐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서 기업인수합병 전문가로 일한 전력이 있는 것처럼, 필리프도 프랑스최고행정재판소(콩세유데타)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전 로펌 변호사를 거쳐 프랑스 원자력기업 아레바에서 대관업무를 맡았다.

둘 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임 대통령 재임 시 총리를 지낸 사회당의 거물 정치인이자 이론가였던 미셸 로카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크롱이 로카르의 영향을 받아 한때 사회당적을 보유하고 사회당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경제장관을 지내는 등 중도좌파 친화적 성향을 갖고 있다면, 필리프 총리는 중도우파 공화당에서 정통 코스를 착실히 밟아왔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마크롱과 필리프는 노동 유연화와 기업규제 완화 등 경제·사회정책에 있어 의견이 상당히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필리프의 오랜 친구인 공화당의 질 부아예 의원은 “총리는 경제 문제에선 우파지만, 사회문제에선 중도파다. 특히 르아브르 시장을 하면서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게 됐다”며 좌·우를 넘어서겠다는 마크롱과 통하는 점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프는 공화당 내 온건 중도 계파의 수장인 알랭 쥐페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작년 쥐페가 공화당 경선 후보로 나섰을 땐 그의 대변인을 지냈다.

쥐페는 필리프의 총리 지명 소식에 BFM TV와 인터뷰에서 “매우 능력 있는 인물로 여러 어려움을 잘 극복할 자질이 있다”고 호평했다.

필리프는 15일 총리 지명 직후 TF1 방송에 프랑스가 “유례없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총리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우리가 너무나 유례없는 상황에 있으므로 이전에는 시도한 적이 없었던 무엇인가를 시도해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 친화적 노동 개혁을 하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다른 당 소속 인사를 총리로 지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크롱이 공화당 인사 중에서도 쥐페의 최측근을 총리로 지명한 것은 내달 11일과 18일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공화당 쥐페 계파 의원들을 최대한 자신의 신당으로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자, 총선 이후 공화당과의 연정을 염두에 둔 인사로 풀이된다.

마크롱의 신당은 공화당의 쥐페 계파를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접촉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쥐페 역시 이날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건설적인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다.

◇前 대통령 성대모사에 능해 분위기 띄우기도…대선 때 마크롱 비판한 적도

필리프 총리는 30대인 마크롱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46세의 젊은 정치인이다.

운동으로 복싱을 즐기고 문학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두 권의 추리소설을 내기도 했다.

부모를 따라 독일에서 고교를 다닌 적이 있어 독일어에도 능통하다.

이를 두고 일부 프랑스 언론은 마크롱이 메르켈 독일 총리와 유럽연합을 개혁하고 EU 회원국 간 결속력을 다지는데 필리프 총리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필리프가 똑똑하기는 하지만 고집이 세고 권위적이며 주위 사람들과 종종 충돌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평소 전 대통령들에 대한 성대모사를 잘하는 등 유머러스한 성격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는 특히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등의 성대모사에 능해 친구들과 동료들을 자주 즐겁게 해줬다고 한다.

마크롱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선 레이스에서 마크롱을 몇 차례 비판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한 적이 있다.

지난 1월에는 일간 리베라시옹에 마크롱을 존 F.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에 비유하는 것에 대한 반박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마크롱은 케네디의 카리스마가 없으며 내용 없는 공약만 남발한다. 아무 책임도 지지 않지만 모든 것을 약속한다. 마크롱은 기득권층의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필리프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인 마티뇽에서 한 취임연설에서 “나는 우파 정치인이지만 모든 국민과 정치인, 공무원들이 공익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통합에 대한 국정철학을 잘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필리프 총리는 16일 내각 인선을 발표할 예정이다.

30대 대통령과 40대 총리가 이끄는 프랑스 정부의 새 장관들의 평균 연령도 한층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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