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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가깝다고 느껴지면서도
먼 사이
참 난감하다

달리 할 말도 없고
어정버정 쓸 글도 생각나질 않는다

오작교는 아니지만
아들과 며늘아기가 놓은
다리를 건너다 간간 뵙게 되는 날

사돈!
거나하게
잔이나 부딪칩시다 그려
하하

▲ 엄계옥 시인

사람 사이의 거리는 모닥불에 불 쪼이는 정도로 하라는 말이 있다. 너무 가까우면 뜨거워서 불편하고 너무 멀면 식는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사람 관계에 대해서 한 말이겠지만 사돈 관계가 딱 그러하다. 자식으로 맺어진 인연이니 서로 조심하느라 평생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채로 지낸다. 옛날에는 자식이 많아서 사돈도 많았지만 지금은 사돈도 귀하다. 사돈과의 만남은 자식이 많았던 옛날이나 지금이나 쉽지가 않다. 그만큼 대면하기가 편치 않다는 얘기다. 자식이 놓아 준 오작교라면 아름다운 인연이다. ‘존중을 길이 보전하는 것은 오래 떨어져 있되 이따금 만나는 데 있다.’(홍길주) 적당히 배려하고 서로 조심하고 걱정해주는 사이, 가깝고도 먼 귀한 인연이 사돈이니 은근해서 오래 식지 않을 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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