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5년전 2·29합의로 돌아오라’ 요구…北 수용 가능성 작아

▲ 한중 정상회담, 북핵·미사일 조율 주목.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전면 동결을 대화의 기본 조건으로 제시함에 따라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6일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발사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 앞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핵프로그램과 모든 형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볼 때까지는 안 한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그(김정은)는 우리가 정권 교체를 시도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암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 중 어떤 것도 시도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뒤 “우리가 말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라며 핵·미사일 실험 및 핵프로그램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

외교가는 이 같은 헤일리 대사의 발언이 결국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 이뤄진 2·29 합의 수준까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대화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29 합의는 북한이 핵활동 및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는 대가로 미국이 영양식 24만t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아 북핵 프로세스에 돌파구를 마련한 합의로 주목받았지만 합의후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림으로써 결국 좌초했다.

헤일리 대사의 발언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대화하겠다”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지난 3월 발언에 비해 한층 구체화하긴 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결코 낮은 ‘허들’이 아니라고 외교 소식통은 평가했다.

2012년에 비해 핵무기 및 핵무기 운반수단을 한층 고도화한 북한이 미국의 이 같은 제안을 선선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난 14일의 화성-12 발사 성공을 발판삼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향한 질주를 계속할 공산이 크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결국 북핵 프로세스는 미국 주도의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으로 북한의 셈법을 바꿔 내든지, 북핵 대화의 조건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출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강력한 제재 강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북한을 도와주려 하는 제3국 기업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면 당신은 국제사회 전체에 대항하는 것”이라며 세컨더리보이콧(Secondary boycott, 2차제재)을 시사했다.

현재 대북 제재 강화에 협조하고 있는 중국이 비협조로 돌아설 경우 언제든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들에 ‘철퇴’를 내릴 수 있음을 암시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결국 이 같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가 국제사회의 단일 대오 하에 지속되면서 북한의 셈법을 바꿀 수 있을지 가 주목된다.

대북 제재 대오가 지지부진해질 경우 좀 더 북한 쪽 입장이 반영되는 선에서 협상의 판이 꾸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로 출범한 우리 정부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드라이브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이다.

박근혜 정부와 탄핵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과도 정부는 미국, 일본과 함께 강력한 대북 제재 드라이브를 주도하면서 제재·압박의 ‘아이디어 뱅크(bank,은행)’ 역할을 했다.

일례로 미국이 국제사회에 촉구하고 있는 북한과의 외교관계 격하는 미국에 앞서 지난해 가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유엔 연설에서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대화와 제재 병행 기조이며, 대화의 구체적 조건을 밝히진 않았지만 미국보다는 ‘허들’이 낮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예상이다.

또 단계적·포괄적 북핵 해결 기조 하에 완전한 비핵화 이전 단계의 핵동결을 중시하며,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국과 한미공조의 새로운 판짜기를 해야할 상황인 셈이다.

그런 만큼 내달말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서 어떤 합의점을 도출할 것인지에 외교가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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