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미세먼지에, 강한 바람, 잦은 비소식 등 봄날씨가 변덕을 있는대로 부리고는 있지만 다시 맑아진 하늘 속에 기온이 쑥쑥 오르면서 ‘계절의 여왕’이란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열정, 고백, 아름다움. 꽃의 여왕, 장미를 일컫는 꽃말들이다. 5월의 봄이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은 꽃의 여왕 장미와 함께이기 때문이 아닐까.

장미는 온대성 상록관목으로 햇빛을 매우 좋아하는 식물이다. 보통 24~27℃의 기온에서 잘 자란다. 30℃이상 고온에서는 꽃이 작고 꽃잎수가 줄어 퇴색하기 시작하고, 5℃정도의 저온에서는 생육이 정지되며 0℃이하가 되면 낙엽이 지면서 휴면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5~6월이 장미의 계절로 전국 곳곳에서 장미축제가 한창이다.

와인으로 유명한 호주 헌터밸리는 북반구와는 달리 11월이 바야흐로 개화의 계절이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헌터밸리에서도 장미축제가 열린다. 옛날부터 헌터밸리에서는 포도밭의 가장자리에 장미를 심었다. 장미는 포도나무의 병충해를 조기에 감지해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장미 잎사귀에 벌레가 자글자글 끼거나 구멍이 송송 뚫리기 시작하면 병충해가 있을 걸 예상하고 포도밭에 무슨 종류의 농약을 어느 정도 뿌릴지 궁리를 했다. 물론 만약 이때쯤 헌터밸리에 폭우가 쏟아지거나, 극심한 가뭄이 들거나 서쪽 사막지대로부터 메마른 열풍이라도 불어오면 그해의 작황은 엉망이 되고 만다. 11월 날씨와 함께 장미꽃의 상태는 그해 와인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내일(19일)부터 28일까지 열흘간 울산대공원에서 장미축제가 열린다. 장미축제 기간동안 24일(수요일) 한차례 비소식만 있을 뿐 대부분 맑고, 기온이 높은 날씨가 예상된다. 하지만 장미향만큼 열렬하기야 하겠는가. 그 어떤 초여름 더위도 울산대공원 장미계곡을 화려하게 수놓은 300만 송이의 아름다운 자태와 그윽한 향기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단, 낮과 밤으로 크게 벌어지는 일교차에 대비해 긴소매 겉옷 한 벌 챙기는 것은 잊지 말자.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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