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첫 청와대산행서 본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는 심신 건강한 지도자
5년뒤 국정하산 때까지 초심 잃지않길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토요일인 지난 13일. 기자는 이른아침부터 청와대 산행을 놓고 고심이 많았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자들의 산행을 예고했는데,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을 전담 취재한 기자(일명 마크맨) 50여명과 본사를 비롯해 사전에 신청한 5~6명의 지역 기자단으로 한정했기 때문. 여기다 대선기간 피로가 겹쳐 쉬고 싶은 상황에서 개인사까지 겹쳐 있었다. 하지만 기자는 등산화를 조여메고 청와대로 갔다. 대통령의 ‘초심’과 대언론 소통방식, 국정운영 스타일과 대통령의 건강 등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고 여기다 대선후보 때와 대통령 취임 이후는 무엇이 다른지도 궁금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 등 3대정부 청와대 출입기자로, 취임 사흘 밖에 안된 새 대통령의 ‘바짝 조여멘 등산화’, 기자들과의 형식 없는 대화가 더욱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전 10시30분 춘추관 옆 잔디밭. 대통령은 가벼운 등산복 차림의 환한 얼굴이었다. 60여명의 기자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대통령은 함께 포즈를 원하는 기자들의 요구에도 스스럼 없이 잔디밭에 앉아 셀카를 찍기도 했다. 산행중 대통령과 기자들과의 격의없는 대화는 ‘동네 산악회’와도 같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특히 대통령은 기자들의 까칠한 질문에도 ‘듣는 대통령’이었다. 말하기와 듣기의 비중은 전임 대통령들과는 사뭇 달랐고, 어림 잡아 ‘4(말하기): 6’(듣기)의 비율로 느껴졌다. 하산후 점심 메뉴 역시 ‘서민형’ 삼계탕.

이날 대통령의 모습은 후보 때와 다름없는 ‘인간 문재인’ 그대로였다. 특히 4.4km의 가파른 산행길에서 ‘심신이 건강한 대통령’이란 사실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는 임종석 비서실장 역시 기자와 대화에서 “국민에게 감출 건 없다”면서 ‘오픈 청와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청와대를 실감케 했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청와대 취재환경은 어떠한가? 춘추관 브리핑이 ‘국민의 알권리 우선’으로 180도 달라지고 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와 국정원장 및 경호실장 인사땐 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파격에 이어 후보자는 즉석에서 기자들의 질문공세도 받았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단톡방’을 개설했다. 시시각각 대통령의 ‘동선’과 주요 브리핑 내용을 오픈하는 등 생중계 하고 있는 듯 하다.

이쯤 되면 청와대의 대국민 알권리 수준은 일단 A학점을 받아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소통도 ‘무늬만 소통’이 되어선 안된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초 보여준 주요정책과 현안 해법에 대해 국민들과 정치권의 시각은 어떠할까? 국민들은 ‘잘하고 있다’라는 긍정적 기대가 80%수준으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반대편 자유한국당은 냉소적이다. 특히 ‘문 정부’와 야권은 초반부터 세월호 재조사와 ‘정윤회 건’ 재조사 등 국정의 우선순위를 놓고 날선 대립각이 형성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문정부’의 대화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보란듯 장거리 미사일을 쏴대고 있다. 여기다 사드 중단을 시도하려는 새 정부와 미국 트럼프정부의 ‘이상기류’ 역시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

화급한 현안은 이뿐만 아니다. 폭발성이 강한 1300조원의 가계부채, 세 가구 중 한 집꼴의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해법, 산업수도 울산을 비롯한 지역 경제의 추락, 심각한 노인대책 등 산적한 현안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41.08%의 지지를 받은 문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여야와 정파를 초월한 강력한 리더십과 포용력을 발휘, 국정의 동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대선에서 공언한 적폐청산은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미를 갖춘 당대 최고의 ‘칼잡이’에 맡기면 된다. 5년 후인 2022년 5월9일. 첫 산행에서 보여준 바짝조인 신발끈으로 ‘하산 때’까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동시에 반대편의 거센 저항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A학점 수준의 대국민 소통기조가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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