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울산시가 제안한 ‘생태제방안’에 대한 심의에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또 보류를 결정했다. 세번째다. 새정부 출범과 문화재위원들의 대폭적 물갈이 등으로 미뤄 예고된 보류라 하겠다. 신임 심의위원들이 현장을 살펴본 뒤에 재검토하겠다는 것이 공식적 보류이유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십수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다녀갔지만 그 해답은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문화재위원이 아니라 새정부에 문제해결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업무지시’로 삼아주었으면 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멸실 위기에 놓여 있다. 보존방안 논의에만 십수년을 흘려 보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최선책을 두고 차선책 중에 하나를 택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차선책의 하나였던 카이네틱댐은 시험과정에서 실패했다. 또다른 차선책이 바로 울산시의 생태제방안이다. 암각화가 있는 바위쪽으로 물이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제방을 쌓아 물길을 돌리자는 것이다. 현상황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는 방안이지만 주변환경 변화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어 여전히 차선책일 뿐이다.

새정부는 이제 더 이상 차선책을 내놓고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엄청난 행정력과 시간 낭비, 그에 따른 암각화 훼손 가속화만 불러올 뿐이기 때문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의 최선책은 누가 뭐래도 대체수원 확보와 동시에 사연대 수위를 낮추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반구대 암각화와 관련한 공약에서 ‘대체 수원 확보를 전제로 사연댐 해체 및 유역 복원을 통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100점짜리 정답이면서 동시에 점수를 줄 수 없는 미완성의 답이기도 하다. 논란의 핵심인 대체 수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대한 방안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분명 남아도는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정치적 밀고 당기기로 하세월인 대구·경북의 식수원 이전과 연관지을 필요도 없다. 운문댐 조성당시 대구시에 배정된 양이 하루 최대 30만t이지만 실질적인 사용량은 18만6000t(2014년 평균) 밖에 안된다. 10만t이상 남는 물 가운데 7만t만 보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청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시가 아닌 우리나라, 더 나아가 인류의 자산이다. 암각화 보존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전국민이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울산시민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정부가 되겠다고 했다. 울산시민들에게 ‘무조건 사연댐 수위를 낮추고 낙동강물을 더 많이 먹어라’고 하는 것은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모두 벗어난 것이다. 맑은 물은 곧 생명이다. 문재인 정부가 차선책이 아닌 최선책을 향한 정면돌파로 반구대 암각화를 하루빨리 구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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