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영부인’ 김정숙 여사
청와대 안팎의 소탈한 행보에
민생청취 적극적인 역할 기대

▲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대통령 취임 10여일이 지나며 변화된 일상의 모습은 뉴스를 보고 싶어졌다는 거다. 몇 달째 이어졌던 촛불시위와 분열의 정치에서 상식이 통하는 생활정치의 모습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기대하게 됐다.

많은 선거 공약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위대한 대통령은 아니어도 평범한 가정의 행복을 지켜주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 던 문대통령의 연설이다. 실제 정치도 결국 국민들의 평범한 삶, 일상 속에서 느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언론에 비친 문대통령 내외의 일상은 이미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 건강한 중년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청와대 관저로 거처를 옮긴 후 여민관 집무실로 첫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며 “바지가 너무 짧다” “바지 하나 새로 사야겠다”는 애교 섞인 부인의 모습에서, 청와대를 방문한 5당 원내대표들에게 손수 만든 인삼정과와 손 편지로 귀한 손님 접대하는 안주인의 모습에서 여느 가정집 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엿보는 것 같다. 남편과 아내의 역할로 서로 도우며 사랑스럽게 살아가는 문대통령 부부의 안정된 모습에서 국정운영의 안정감도 느껴지고 국민들도 행복하다.

한편 4년간 빈자리였던 영부인 역할에 새로운 기대를 가지고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행보를 들여다보게 된다. 홍은동 자택을 떠나며 이웃에게 떡을 돌리고 키우던 화분을 경로당에 보내고, 민항기를 타고 고향집을 방문하고, 청와대에서 도배하는 현장직원들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이삿짐을 싸다가 찾아온 민원인을 위해 슬리퍼 바람으로 나와서 “나도 배고팠는데 라면이나 먹고 가라”며 손을 잡아주는 소탈하고 친근한 모습에서, 민생을 살피는 민생청취의 적극적인 퍼스트레이디가 기대된다.

시대를 불문하고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 못잖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최근 퇴임한 미국 오바바 대통령의 부인 미셜 오바바는 가족문화 중심의 배려와 소통의 정치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희호여사는 엘리트 여성으로 대통령 연설문의 최후 검토자로, 정치적 동반자였고, 한국사회가 양성평등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으신 여성운동가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39)의 24세 연상 퍼스트레이디 브리짓 트로노(64)가 화재다. 그녀는 마크롱이 2014년 경제장관을 맡았을 때부터 학교에 사표를 내고 뒷바라지를 했고, 대통령 선거 유세 내내 정치적 조언으로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든 킹메이커로 알려지고 있다. 젊은 대통령 마크롱에 아내의 연륜이 정치적 조력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니 새로운 부부상으로 개성과 개체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새롭다. 시대와 사회, 문화적 배경에 따라 퍼스트레이디 그 역할에 대한 기대와 평가도 다른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에 필요한 페스트레이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퍼스트레이디는 아니지만 여성정치인으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독일의 여성총리 메르켈을 주목하게 된다. 그녀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22년간 매주 동네슈퍼에서 장을 보고 동네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남편의 아침식사를 꼭 챙긴다는 생활정치의 ‘무티(엄마)’로 유명하다. 어쩜 소탈하고 활달한 성격의 김정숙 여사에게 국민과 소통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국민 엄마’ ‘유쾌한 정숙씨’의 한국형 퍼스트레이디를 기대해 본다. 실제 청와대에 들어가고 나서 “대통령은 격식을 차린 자리밖에 다니지 못할 테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 바닥민심을 전하겠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여성이 힘들이지 않고 사회생활을 계속할 수 있게 돕는데 관심이 많다. 어떤 참신한 방법으로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전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한 문재인 정부, 새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5년 뒤 퇴임에서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평범하고 행복한 부부, 따뜻한 이웃집 부부의 모습으로 남아주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낮은 경호와 소통으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문대통령 부부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며 ‘유쾌한 대한민국’을 함께 기원해 본다.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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