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으로 급속전환되는 세계속
한국은 아직도 낡은 규제에 발묶여
공동이익 위해 세상읽는 눈 바꿔야

▲ 이광복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서기 2029년 자의식(自意識)을 가진 인공지능이 지구를 지배하는 시대, 인공지능이 만든 기계들이 인간을 소탕하고, 소수의 인류저항군이 기계들에 대항한다. 1984년 헐리웃 영화 ‘터미네이터’의 줄거리다. 재작년 4번째 속편(총 5편)까지 제작될 만큼 히트를 쳤다. ‘매트릭스’라는 영화도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 인류미래를 그린 영화인데, 심오한 철학이 가미된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스스로 생각하고 진보하는 인공지능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할까? 10여 년 전부터 진행돼 온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blue brain project)’는 인간의 두뇌를 역설계해 인간처럼 추론하고 감성까지 가진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는 범유럽 차원의 거대 계획이다. 스위스 로잔공대 헨리 마크람 교수는 “인간의 뇌는 1000억개의 뇌세포로 구성돼 있고, 뇌세포마다 1만개의 정보전달 도구가 달려 있다”며 “2023년 정도면 그런 구조를 소프트웨어 상에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한대 인지능력을 보유한 감성 주체의 탄생이 꿈이 아니라는 거다.

몇 년 뒤일지 더 먼 훗날일지 모르지만 일단 그런 엄청난 존재의 출현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 존재가 인간 삶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줄지, 인류를 2류 존재로 전락시킬지 정도만 아직 오리무중이라 하겠다.

겪어보지도 않고, 피하기만 해서는 발전이 없다. 통장 잔고에만 의존하다가는 파산하듯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 않으면 먹거리문제가 인류의 목을 죌 것이다. 자충수가 되더라도 우리가 ‘혁신’에 도전해야 하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이건, 인공지능이건 우리가 외면하거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거다.

문제는 기계는 강하고 영리해지는데 인간은 갈수록 허약해진다는 점이다. 오히려 기계 의존적 성향만 짙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미래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악마처럼 다가올지 모른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런 세상의 구상과 현실화를 주도한 사람들은 미래 인공지능을 통제하겠지만 구경만 하던 사람들은 자칫 기계(인공지능을 통제하는 자)의 피지배층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부류인가?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외치고 있지만, 말의 성찬일 뿐 실천가들을 우리 주변에서 찾기 어렵다. 비근한 사례가 국회에서 1년 넘게 발목 잡혀있는 약칭 ‘규제 프리존법’이다. 미래형 국가전략산업을 14개 시도별로 지정하고 관련 규제를 대폭 풀겠다는 내용이다.(전 정부 구상에 따르면 울산은 친환경 자동차, 3D 프린팅 특화지역) 그런데 일부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법이다” “대기업 특혜다”며 극렬히 반대해 왔다. 나라 밖은 빛의 속도로 진보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70년대 사고방식에 갇혀 ‘낡은 규제’를 절대가치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낡은 규제’는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들까지 해외로 몰아내고 있다. 6조8700억원, 1594개. 2016년 우리 중소기업들의 해외투자액과 해외설립법인 수이다. 해당분야 세계 1위인 어떤 종소기업은 국내 인력을 3분의 2나 줄이면서 중국에는 국내 8배의 인력을 고용했다. 낡은 규제는 머리 좋은 우리 청년들을 ‘바보’로 만들기도 한다. 중국의 20대 청년이 만든 벤처기업(DJI)이 10년 만에 세계 1위 드론회사로 성장할 때 우리 자식들은 PC방을 전전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규제이며, 어떤 나라를 위한 반대인가? 진짜 ‘국정농단’행위는 그런 게 아닐까?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 모르는 가까운 미래, 우리가 피지배층이 되지 않으려면 세상 읽는 눈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내 이익’이 아니라 ‘우리 이익’을 위해 결단 내리는 공동체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이제부터는 생존게임 시작이다.

이광복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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