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께 드리는 울산의 제언-(4) 정무영 UNIST 총장

▲ 정무영 UNIST 총장

4차 산업혁명 혁신기술들 산업현장 접목·융합에 중점
위험 커도 새 연구에 도전하는 ‘퍼스트 무버’ 육성 위해
안전망 마련해주고 리스크 분담 역할도 국가가 맡아야
혁신적 기업가 배출 위해 기업가정신의 토양 조성 필요

대한민국의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보다 작은 영토와 서울시 인구에도 못 미치는 약 820만명의 인구. 바다와 접해 있지만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고, 적대국에 둘러싸여 있어 경제 발전에 유리한 조건은 찾아보기 힘든 나라가 있다. 바로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과학기술 강국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 결핍된 자원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교육에 꾸준히 투자하고, 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해왔다. 전 세계 국가 중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 넘게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밖에 없다.

그런데 유사한 출발선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왜 이스라엘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스라엘을 능가하는 과학기술혁신강국으로 도약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선택과 집중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일등을 할 수는 없다. 중요성과 시급성, 미래 가치 등을 고려해 선택하고, 집중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과학기술정책의 기조 아래 국가가 R&D의 큰 그림을 그리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재원을 사용할 정책을 세워야 한다. 과학기술이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튼튼하게 뒷받침해 왔던 것처럼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3D프린팅, 스마트 팩토리, IoT, 스마트센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정보보안 등 4차 산업혁명의 혁신기술들을 산업현장에 접목시키고, 융합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제조업 중심의 울산에게 있어 4차 산업혁명은 재도약의 기회이다. 제조업으로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한 울산이 다시 일어서야지만 대한민국이 부흥할 수 있다. 다음으로 추격형 전략을 버리고,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고부가가치가 있지만 위험성이 큰 연구개발에 도전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도전적인 연구개발, 새로운 시도, 야심찬 창업, 신산업 육성에 따르는 리스크를 분담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수출하지 않으면 죽는 나라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원하는 차별화된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한강의 기적’을 재창출해야 한다.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인 ‘해수전지’ 연구가 좋은 사례다. UNIST는 세계 최초로 해수전지 연구에 나섰다.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인 해수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해수전지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최초로 도전했고, 개발된 핵심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그 결과물인 제품을 해외로 수출할 것이다.

하나 더 든다면, ‘치매 치료제’ 개발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 증상을 조금 지연시킬 뿐이다. 시간은 꽤 걸리겠지만 UNIST에서 좋은 연구결과들이 나와 희망을 갖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준다면 울산,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치매로 고통받고 있는 인류를 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혁신적인 기업가가 많이 배출될 수 있는 벤처문화와 기업가 정신의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국가는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해주고, 실패 용인의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은 패기 있고 다양한 도전으로 응답해야지만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확신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활용한 기술 중심 벤처 창업의 활성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젊은 청년들의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기회의 장을 반드시 마련해야 고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당시, 울산을 위해 애써온 일들 중 ‘울산 KTX역 유치’와 ‘UNIST 설립 및 과기원 전환’을 대표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필자는 이 말을 들었을 때 UNIST 구성원으로서 막중한 사명감을 느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UNIST가 새로운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수출형 성장 동력을 창출해 국가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그 날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UNIST가 과학기술을 통해 그려갈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이 훗날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치적 중 하나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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