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찰관에서 격투기 전도사 변신 송상근씨

▲ 경찰을 퇴직한 송상근씨는 세계프로킥복싱무에타이총연맹 회장을 맡아 격투기 전도사로 변신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비공인 무술까지 45단 무도인
울산지역 ‘조폭 소탕’ 맹활약
지난해 말 경찰 정년퇴직 후
킥복싱·무에타이협회장 맡아
전국을 누비며 제2의 인생

기업체 근로자들과 달리 공무원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의 경우 퇴직 후 창업이나 제2의 직업 찾기, 또 색다른 삶을 살기 보다는 안정적이고 조용한 삶을 사는 게 보편적이다. 송상근(61·경찰 정년 퇴직)씨는 그런 점에서 볼때 여느 퇴직 공무원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송씨는 불과 5개월 전 까지만 하더라도 울산지역에서 ‘조폭잡는 경찰’로 유명한 경찰관이었다. 경찰 생활 28년간 송씨가 잡아들인 조직폭력배만 어림잡아 200여명에 달한다. 하지만 그는 이제 경찰관이 아니라 격투기 프로모터이자 전도사로 변신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송씨를 만난 건 지난 18일 울산 남구 달동의 한 종합격투기 체육관으로 이 곳은 과거 그가 체육관 관장시절 가르쳤던 킥복싱 제자가 운영중인 곳이다. 송씨는 체육관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오래된 킥복싱대회(1992년) 포스터를 가르키며 “포스터에 나와 있는 선수 중 한명이 바로 여기 체육관 공길수 관장이다. 난 그 당시 체육관 관장이자 킥복싱협회장이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경찰관 신분에서 이제 그의 명함은 ‘세계프로킥복싱무에타이총연맹’ 회장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달고 이처럼 제자들 체육관을 찾아 격려하고 기술을 지도해주는 격투기 전도사가 됐다.

송씨는 “퇴직하고 나서 요즘이 오히려 더 바쁘다. 지난달에는 경남 함안에서 열린 킥복싱대회를 찾았고 21일에는 거제에서 열리는 킥복싱·무에타이 챔피언전에 가봐야 한다”며 “또 연맹회장을 맡게 돼 서울과 울산을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 등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송씨의 이 같은 퇴직 후 격투기 사랑은 어찌보면 예견된 지도 모른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태권도 등 뛰어난 무도 실력으로 군 제대 후 1979년 무도 특채로 경찰에 입문했다. 하지만 1년 뒤 돌연 사직을 하고 킥복싱을 겸한 태권도 체육관을 차리고 한 동안 킥복싱 대회 추진과 체육관 운영에만 몰두했다. 5년여간의 ‘외도’를 끝낸 그는 1990년에 다시 경찰에 특채로 재입문했다. 이후 그는 본격적인 그의 재능과 전문 분야를 살려 울산지역 최대 폭력조직이었던 신목공파 소탕 등 조폭 일망타진과 각종 민생 침해 범죄에서 빛을 냈다. 3차례 특별승진, 대통령 표창을 포함한 30여 차례의 표창은 그의 화려했던 경찰생활 이력을 말해준다.

송씨는 경찰과 태권도 9단을 비롯해 합기도 9단, 무에타이 9단, 킥복싱 9단 등 도합 36단의 무도인이다. 여기에 비공인 무술인 권격도(9단)까지 합하면 무려 45단에 이른다. 이러한 경지에 오르기까지 그의 몸은 성한 곳이 많지 않을 만큼 몸 곳곳에 상처가 남아 있다. 60이 넘은 요즘도 그는 도복을 입거나 글러브를 착용하고 후배들이나 젊은 학생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준다.

송씨는 “다른 거창한 꿈이나 목표는 없다. 그저 킥복싱과 무에타이가 다시 예전의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니며 알리는 데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다”며 “또 운동을 하고 싶어도 형편상 하지 못하는 불우한 청소년들을 찾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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