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루프로 전국 1시간 생활권
제조업 혁명으로 울산 인구도 급감
10여년 후의 현실에 미리 대비해야

▲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교수

하이퍼루프는 서울과 부산을 20분만에 잇는 초고속 이동수단이다. 논스톱으로 운행되는 시스템 특성상 하이퍼루프 울산역은 생기지 않겠지만 하이퍼루프 부산역과 울산시를 잇는 지선개념의 교통수단으로, 현재의 고속전철 울산역이나 고속도로 울산톨게이트 주변이 울산의 주요 광역교통인프라가 될 것이다. 지금은 서울로 연결되는 KTX와 SRT가 가장 빠르고 편리한 육상 교통수단이지만 2030년에는 서울에서 20분만에 부산에 도착한 승객들이 갈아타고 울산으로 오는 주요한 환승이동수단으로 자리바꿈하게 된다.

하이퍼루프의 개통과 발달은 서울과 부산이라는 거대도시의 집중화를 가속시킬 것으로 본다. 급행을 요하는 내륙 여객과 물류는 무조건 서울과 부산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울과 부산은 인구와 경제규모, 인프라면에서 지금보다 더욱 과밀화된 국내 투톱의 메가시티로 성장하게 된다. 울산은 그러한 부산의 인접도시로 지금과 같이 2차산업중심인 남동권 공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어떠한 형태가 되던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선박은 ‘Made in Ulsan’이 될 것이고, 화학공업에 기반한 원재료도 여전히 울산에서 생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과 큰 변화없이 울산의 물리적 규모와 형태는 지속될 것 같다.

하지만 그 속을 뜯어보면 엄청난 변화가 들어있다. 4차산업혁명은 제조업의 혁명, 제조방식의 혁명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요는 로봇의 생산참여 확대와 즉시생산을 가능케 함으로써 물류재고의 혁신적 감축이 실현된다는 점이다. 이는 곧 생산직의 현저한 감소를 촉발하게 된다. 실례로 최근 독일 아디다스사가 제3국에서 수천명을 고용해 가동했던 신발공장을 철수시키고 독일 국내에 로봇과 3D프린팅 생산설비를 갖추고 맞춤생산을 하는 공장으로 대체했는데, 고용인원은 수십명에 불과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SK나 S-OIL의 화학공장이 스마트로봇을 이용한 고도의 자동화, 3D프린터 생산방식, 신소재개발과 원료이용으로 제조혁명이 일어나게 된다면 생산직인력의 절벽추락에 직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이것은 전지구적 생산혁명이지, 일시적 경제 호·불황에 따른 부침이 아니다. 따라서 울산은 생산인력 감축에 따른 인구감소, 민간경제규모 축소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거나, 경제인구 감소를 막을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회는 있다. 맨 앞부분에 언급한 것처럼 하이퍼루프의 시대가 되면 울산은 부산의 배후도시로써 부산 경제인구의 홈타운이나 업무도시가 될 수 있다. 울산은 하이퍼루프 부산역에서 20분이면 도착하는 고속전철역을 가지고 있고, 30분이면 도착하는 고속도로를 갖추고 있다. 자율주행전기차의 시대에는 20분 이내로 단축될 것이다. 여전히 갖추고 있을 국내 수위의 공업기반인프라는 기업, 오피스, 연구소 및 재직자의 매력적 유입조건이 아닐 수 없다. 즉 서울에서 1시간 이내에, 부산에서 20분이면 도착하는 울산에게 하이퍼루프 시대는 울산을 도약시키는 새로운 기회다.

그런데 큰 문제가 딱 하나 있다. 울산의 낙후된 생활인프라다. 대중교통과 주거환경이 지방 중소도시보다 못하다. 공항이나 고속전철역은 마치 시골간이역처럼 대중교통 연결성이 떨어지고, 버스노선이나 교통체계는 수요만 따른 탓에 비입체적이고 편중돼 있다. 난개발의 어수선한 이미지는 동네마다 쌓여있고, 공원과 문화시설도 세련되지 못하다. 특히 새로 짓는 아파트와 건축물들조차 공법과 디자인에서 시대에 완벽하게 뒤떨어져있다. 층수만 높다고 첨단 도시건물이 아니다.여기저기 곧 들어설 울산의 황토색 개미집 같은 고층아파트를 요즘 서울 한강변이나 해운대 마린시티와 겹쳐보면 그것은 울산의 자랑이 아니라 족히 20년은 뒤떨어진 촌스러운 건축물에 불과하다.

교통인프라를 입체화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공원과 문화시설, 건축물과 경관을 트렌드에 맞게 디자인한다면 울산은 산업과 생활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미래도시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마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내버려두면 2030년에 어쩌면 울산은 인구 30~40만으로 쪼그라든 로봇공장도시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의 울산이 어땠으면 좋겠는가?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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