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벤치마킹 내세우지만 경유지 중복에 목적 불투명

 

해외 벤치마킹 내세우지만
경유지 중복에 목적 불투명
사후 보고서 여행후기 그쳐
공무원으로 구성된 심사위
연수선정 과정 거수기 역할

직원 상호간 소통활성화와 해외 선진행정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하는 공무국외여행(연수)이 목적과 달리 공무원들의 외유성 관광잔치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주민혈세를 들여 다녀오는 곳은 유럽과 미국, 호주 등 유명 관광지가 대부분이고, 연수계획을 면밀히 살펴 평가해야 할 심사위원회는 사실상 거수기 역할 노릇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벤치마킹, 유럽·미국서만 가능?공무국외여행이란 공무상 필요한 경우 해외로 떠나는 여행과 연수들을 말한다. 모범 공무원들에게 주는 포상형태의 연수, 특정분야 벤치마킹을 위한 견학 등이 모두 공무국외여행에 해당된다.

 

문제는 공무국외여행 중 특히 ‘직원 한마음 연수’라 불리는 해외 배낭연수가 사실상 공무원 복지 차원의 외유성 관광으로 활용되고 있다는데 있다. 울산에서는 동구를 제외한 4개 구·군이 직원 한마음 연수를 해외 자율 연수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일 2017년 제4회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를 연 북구청의 경우 9건의 안건을 원안가결했는데 이중 6건이 직원 한마음 연수였다. 6팀 모두 유럽으로 일정을 잡았는데 체코·오스트리아·헝가리 등을 중복선택한 팀이 3팀이다. 나머지 두팀은 영국을 택했다.

남구는 지난 2월에 실시한 심사위를 통해 총 29팀(150여명)을 해외배낭 연수대상으로 선정했는데, 뉴질랜드와 호주, 중국을 선택한 3팀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이 목적지였다. 중구와 울주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정 대부분은 사실상 관광 일변도다. 여행 후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지역실정에 맞는 정책 시사점을 제시하기보다는 일반적인 후기나 느낀 점을 서술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대안을 던지는 것에 그친다.

◇혈세로 공무원 해외여행 가는 꼴

이같은 공무국외여행의 경비 대부분은 주민혈세로 이뤄진다.

직원 한마음 연수에 지역 4개 구·군이 한해에만 약 17억2000만원이 넘는 주민혈세를 투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 복지차원이라는 이유와 개인이 일부 자부담을 낸다고 하더라도 지역 곳곳의 현안사업을 두고 예산 부족 타령을 하고 있는 지자체들이기에 주민들로서는 쉽사리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문제는 사전에 이같은 계획을 살펴보고 예산 낭비 등을 예방해야 할 심사위원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같은 공무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제대로된 선정 심사를 할리 만무하다.

실제로 북구청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직원 한마음 연수를 포함한 공무국외여행 71건 모두가 가결됐다. 중구청의 경우 구정조정위원회에서 선정 심사를 하는데 역시 부결된 사례가 전무했다.

◇심사 과정 민간 포함 등 보다 체계화돼야

공무원 능력향상은 곧 주민에게 좋은 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기 때문에 공무국외여행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사비가 아니라 공금, 즉 주민혈세로 마련된 예산으로 국외 연수를 간다는 점이다. 보다 철저한 선정 심사와 사후 결과 보고가 필요하다.

일부 타지역 지자체가 공무국외여행과 관련된 조례를 제정하고 민간 전문가나 주민을 심사위원에 포함시켜 선정 심사를 벌이는 것이 좋은 예다. 사전에 외유성 짙은 여행과 연수를 걸러낼 수 있다.

선정 분야를 다양화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령 남구청의 올해 해외 배낭연수 선정 대상자 결과를 보면 29개팀 중 22개팀의 연수분야가 문화관광에 몰려있다. 도시재생, 환경,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 공무원들의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선정 과정을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공무국외여행 후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작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 누리집에도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직원 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고회 개최도 관행과 타성에 젖은 공무원국외여행을 정상화하는데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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