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구니께가 간지럽다
죽은 형제 옆에서
풀피리처럼 울던 아기 고양이
잠결에 밑을 파고든다
그토록 곁을 주지 않더니
콧망울 바싹 붙이고
허벅지 안쪽을 깨문다
나는 아픈 것을 참아본다

-중략-

자면서 입맛을 다시는 것들의 꿈은 쓴가
더듬는 것들의 갈증 때문에
벽을 흐르는 물소리
그림자 밖에서 꼬르륵거리고

우리는 타인이라는 빈 곳을 더듬다가
지문이 다 닳는다

▲ 엄계옥 시인

인간 본래의 모습은 불가에서 말하는 견성(見性)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시인의 몸은 고해의 바다다. 해서 타종 간에 이타심이 이다지도 깊다. 아기 고양이와 곁을 나누며 기대는 밤이 짠하다. 그 밤 ‘벽을 흐르는 물소리’로 올 때 ‘나는 잠깐 설웁’기 까지 하다. 서로의 곁을 더듬느라 지문이 다 닳아도 허한 곳은 채워지지 않는다. 이장희 시인은 봄을 고양이라 했고 보들레르는 고양이를 천사에 비유했다. 보르헤스는 인간과 고양이 사이에는 꿈결같은 유리가 놓여 있다고 했다. 시인의 감각은 미모사나무처럼 예민하다. 그런 그가 허벅지 안쪽을 깨물려도 참는 것은 더듬이가 찾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가로막고 있는 유리벽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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