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북핵으로 어느 때보다 안보에 대한 불안이 크다. 게임이론에 의하면 평화를 위해서는 힘의 균형을 위한 전쟁 준비, 전쟁을 피하기 위한 전쟁 준비가 있어야 한다.

게임이론은 불확실성과 갈등 상황에서의 행동을 분석하는 이론이다. 인류의 마지막 초인이라고도 불리는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이 개체 간의 경쟁을 수식화하면서 경제학자 모르겐슈타인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였던 1944년에 게임이론을 발표한다. 폰 노이만의 게임이론은 두 개의 대상이 서로 상대편이 취할 행동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합리적 전략을 선택하는 과정을 분석하는 이론으로 승자 독식의 제로섬 게임이론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인 존 내쉬는 경쟁자들간의 비협조적 관계에서도 상호간에 이득을 보는 것이 가능한 상황을 연구한 ‘비협력 게임’이라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내쉬 균형’이론을 발표한다. 영화 속에서 내쉬는 술집에서 가장 예쁜 금발 여성 한 사람을 두고 친구들과 경쟁하던 중 “개인이 자신의 최선의 이익을 추구하면, 그것이 곧 사회적으로도 이익이 된다”는 150년간 고전 경제학을 주도해온 아담 스미스의 이론에 반하는 내쉬 균형이론의 영감을 얻는다. 내쉬 균형이란 모든 참여자가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여겨 더 이상 전략을 변화시킬 의도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경제학자들은 이를 산업조직과 통상협상에도 적용했다.

22살에 27쪽의 짧은 논문으로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내쉬는 1958년에 필즈상의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아직 너무 젊다는 이유로 다음으로 보류된다. 그러나 그 다음해부터 내쉬에게 환상과 환청의 심각한 정신병 증상이 나타나며 사회로부터 단절된다. 부인 엘리사와 프린스턴 대학이라는 자신을 품는 둥지로 인해 내쉬는 1980년대에는 다시 수학자들과 교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다.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균형이론으로 1994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내쉬는 2015년 5월 수학의 노벨상인 아벨상을 수상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부인과 함께 사망한다. 노벨상 수상때에도 아직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 그는 어쩌면 아름다운 마무리를 선물로 받은 것일 수도.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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