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명 성안중학교 교사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산다. 학교수업은 왜 그렇게도 지루한지, 왜 나에게는 이성 친구가 생기지 않는지, 또래 관계는 또 얼마나 어려운지, 부모님은 왜 내 말을 안 믿어 주는지,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하는 뭐 그런 고민들.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끌어안고 오랜 시간 아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언제 고민했냐는 듯 깜빡 잊어버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자란다. 어른의 눈으로는 공감하기 어려운 고민들도 있고,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 슬며시 미소짓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도 있다.

그런데 때로는 말문이 막히는 그런 고민들도 있다. 얼마 전 한 아이와 나눈 대화가 딱 그랬다.

첫눈에 반짝 띄지는 않지만 보면 볼수록 진국인 아이, 그 아이가 그랬다. 친구들도 좋아하고, 선생님들도 칭찬하는 그런 아이가 내게 살짝 건네 준 고민 앞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명색이 선생이라는 자가 넋 놓고 있을 수 없어 더듬더듬 건넨 위로의 말이 그 아이에게 제대로 전해졌을까. 당황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중언부언했던 그날의 나를 떠올리면 여전히 낭패감이 밀려온다. 그 아이의 고민은 어쩌면 우리 어른들의 책임일지도 모른다.

그 아이의 고민은 두려움이었다. 시험을 망쳐 성적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친구들이 자신에게 실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나중에 어른이 되어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나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차라리 현재가 멈춰버렸으면, 미래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두려움. 그 아이의 두려움 앞에서 나는 당혹스러웠다.

그 아이의 두려움이, 지나친 기우라고 과연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우리 사회가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이들의 고민마저 물들인 것은 아닐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실수해도 괜찮다는 나의 말이 어쩐지 공허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많은 시민들이 새 정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변화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앞으로 우리 교육 정책의 방향이 더 이상 아이들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방향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 줄 세우기와 과도한 경쟁으로 상처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 만족도가 거의 꼴찌에 가깝다는 아픈 현실을 이제는 똑바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교육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학교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소수의 우수한 엘리트를 기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한 사람의 시민을 기르기 위한 것임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보명 성안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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