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문서 연구한 팀 셔록 “미국, 발포권한 승인 알고도 묵인 정황 드러나”

▲ 연구 성과 발표하는 팀 셔록.

1980년 5·18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미국 쪽에 거짓 정보를 흘려 미국의 지지를 끌어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5·18 당시 공수여단이 발포권한을 승인받은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한 정황도 추가로 나왔다.

미국 언론인 팀 셔록은 24일 광주시청에서 ‘1979∼1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결과 설명회’를 개최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설명했다.

1980년 5월 27일 작성한 미국 국방부 정보보고서에는 ‘군중들이 쇠파이프·몽둥이를 들고 각 집을 돌며 시위에 동참하지 않으면 집을 불 질러버리겠다고 위협하고, 폭도들이 초등학생들까지 동원하기 위해 강제로 차에 태워 길거리로 끌고 나왔다’는 대목이 있다.

셔록은 “이것은 신군부가 5·18 당시 시민들의 자발적 시위 참여를 공산주의자들의 방식으로 강제동원이 이루어졌다고 왜곡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폭도들이 전투 경찰에게 무차별 사격’,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시민들에게조차 쏘아댐’, ‘군중을 향해 쏠 기관총을 설치함’, ‘군중들 교도소 공격’, ‘폭도들이 지하의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었음’ 등 실제 상황과는 달리 광주 5·18을 마치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인 것처럼 몰고 가는 대목도 있다.

특히 ‘폭도들 수백 명이 무등산 기슭으로 도망가 항전을 준비하고 있다’, ‘도청 앞 광장에서 폭도들이 인민재판을 열어 사람들을 처형하고 있다’ 등의 신군부가 만든어 퍼뜨린 소문이 마치 광주시위가 공산주의자 또는 북한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이는 미국이 ‘광주 시위를 즉각 소탕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화 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 기자회견하는 팀 셔록.

미국 정부는 신군부의 거짓 정보 외에도 상세한 전두환 신군부 내부 상황, 시민군의 동향 등 광주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광주 항쟁이 한국의 국내 안보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위협을 초래한다고 결론 지었다고 셔록은 분석했다.

결국 미국은 1980년 5월 22일 백악관 회의에서 광주 항쟁을 끝내기 위해 군부대를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특히 ‘공수여단이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받았음’을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당일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묵인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문서 내용도 나왔다.

팀 셔록은 “공개 받은 기밀문서의 많은 부분이 미국 CIA의 판단이 언급됐거나, 정보원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가려져 있다”며 “한국 정부가 5·18 진실 규명을 원하면 미국 정부에 기밀문서 해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6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미국 정부와 전두환 신군부 사이에 오간 비밀 통신기록 ‘체로키 파일’을 폭로한 미국 언론인 팀 셔록은 지난달 10일부터 광주에 머물며 기밀문서에 대한 연구작업을 펼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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