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미얀마의 소수민족 분쟁을 종식하고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대화 채널이 다시 열렸다.

미얀마 정부는 24일 수도 네피도에서 주요 소수민족 및 반군단체 대표와 각급 정당, 군(軍) 관계자 등 1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2차 미얀마 평화회의(21세기 팡롱)의 막을 올렸다.

이번 회의는 독립후 반세기 만에 미얀마에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미얀마의 평화 정착을 위해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연 소수민족과 소통의 장이다.

지난해 첫 회의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한 일부 반군단체들이 발언권을 인정하지 않은 주최 측을 비난하며 조기에 철수하는 등 불협화음만 노출했다.

또 첫 회의 이후 샨주(州)와 카친주(州) 등 북부지역의 주요 반군이 정부군을 상대로 5개월 넘게 치열한 교전을 벌이면서 협상 전망을 어둡게 했다.

올해도 카친독립군(KIA)을 비롯해 와주연합군(UWSA), 샨족 무장단체인 전국민족민주연합군(NDAA) 등 일부 반군단체 대표가 ‘특별 초청자’ 자격으로 참여했지만, 11개 반군단체로 구성된 민족연합위원회(UNFC)는 불참 의사를 밝혔다.

올해 회의에서는 각 소수민족 반군단체 대표가 제안한 평화 정착을 위한 기초 구성요소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특히 각각의 주(州)에 독립적인 헌법 체계를 인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 제2차 평화회의에서 연설하는 아웅산 수치.

수치는 개막 연설에서 “이제 연방제의 기본 원칙을 논하고 정치적 대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민주주의와 연방제에 기반을 둔 연방의 출현과 모든 반군단체의 정전협정 서명, 항구적인 평화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팡롱 정신을 계승해 평화를 추구하는 과정에 숨어 있는 도전들을 극복하고 함께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회의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민족문제 분석가인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그건 성공적인 회의라고 볼 수 없다”며 “(형식적 회의가 아닌) 의미 있는 회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교관 출신의 분석가인 리처드 호시는 “추가로 평화협정에 서명하는 반군단체가 더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며 “그러나 그들은 향후 합의가 가능한 지점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회의장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일”이라고 논평했다.

미얀마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70년 가까이 계속된 무장분쟁에 시달려왔다.

소수민족 무장세력이 정부군에 맞서 무장투쟁하면서 그동안 25만 명 이상이 숨졌고, 100만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다.

또 분쟁은 미얀마 경제에도 치명상을 입혔다.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은 이런 내전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2~3년간의 협상 끝에 지난 2015년 10월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협정에는 15개 반군 가운데 8개만이 서명해 반쪽짜리에 그쳤고, 협정 체결 후에도 무장분쟁은 끊이지 않았다.

수치는 집권 후 곧바로 모든 반군단체를 아우르는 평화회의를 계획했다.

또 미얀마 독립영웅이자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이 1947년 소수민족 대표들과 독립국 건설을 위해 체결했던 ‘팡롱 협정’의 의미를 되살린다는 취지로 이 회의에 ‘21세기 팡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합뉴스

▲ 평화 회의 참석한 반군대표들과 중앙정부 지도자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