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을 쏟아붓고도 해법 못찾는
저출산 극복은 여성만의 문제서 탈피
전방위적 차원의 사회문제로 접근을

▲ 홍영진 문화부장

저출산에 따른 ‘인구재앙’이 현실화하고 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을 들여다보니 지난 1분기(1~3월) 태어난 신생아는 9만8000여명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만3000여 명(12.3%)이나 줄었다. 역대 1분기를 놓고 봤을 때 출생아 수가 10만명 밑으로 떨어진 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 출생아는 40만6000명이었다. 턱걸이로 겨우 지켜 낸 ‘40만명 선’을 올해는 지켜내기 어려울 것 같다. 단순 계산으로 1분기 출생아 수에 4를 곱해도 40만명에 못 미친다.

‘빠른 연생’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통상적으로 1년 중 연초인 1~3월에 출생 건 수가 가장 많은데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출생아 수도 최저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올해의 출생아 수를 30만명 중반 수준으로 예상하는 전문가 진단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이처럼 출생아 수가 크게 줄면서 1분기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 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은 0.29명으로 떨어졌다. 1분기 실적을 1년으로 환산한 합계출산율은 1.16명.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수준(1.15명)으로 뚝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 20년 간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데 들어간 국가 예산이 1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해답을 구하지 못하는 난제 중의 난제다. 인구 측면에서 보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의 수 자체가 줄어든 게 큰 요인이긴 하다. 출산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인 30~34세 여성 인구는 지난 3월 기준으로 166만6000명인데, 이 것 또한 전년 대비 11만1000명(6.3%)이나 줄었으니 출생아 수가 줄어든 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취업난, 경기침체, 치솟는 주택가격, 경력단절,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그 못지않게 크게 작용하면서 저출산 문제는 풀자고 덤빌수록 더 꼬이는 실뭉치가 돼 가고 있다.

본보는 지난주 창간 28주년 기념호를 내면서 ‘인구가 미래다’라는 대주제 아래 △정주여건을 높이는 대중교통 환경개선 △외연 확대를 위한 부도심 육성 △탈울산을 방지하는 인구정책 △포용력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다문화사회 △고령화 대비한 여가정책 등의 기획물을 실었다. 그 중에는 한 달 뒤 출산하는 예비 엄마부터 어린이집 원생~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연령대의 자녀를 둔 워킹맘 여기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저출산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물도 포함됐다.

믿고 맡길만한 사회보육시설은 숫적 부족함은 말할것도 없고 질적으로도 세심하지 못하다. 육아를 포함한 가사노동 부담감도 여전히 남편 보다는 아내 쪽에 기울어져 있다. 육아 휴직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또한 온도차가 있는게 사실이다. 각기 다른 상황을 겪었지만 워킹맘 여기자의 공통된 의견은 이처럼 출산과 육아를 더이상 여성의 문제로만 국한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유래없는 ‘출산 절벽’은 국가와 지역사회 성장률을 떨어뜨릴 가장 큰 위험인자다. 경제 활력은 소멸되고, 사회적 부양비용은 증가하며, 언젠가는 사회유지를 위한 기본마저 위협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상황과 직면하지 않으려면 여성문제 안에서 해결책을 도모하는 과오를 되풀이 하지말고 교육, 노동, 고용, 양성평등 등 전방위적 사회시스템과 연계한 접근 방식이 절실하다.

한 후배 남(男) 기자가 워킹맘 이야기를 읽고 이렇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내왔다. “선배! 다음번엔 ‘워킹대디 고군분투기’ 어떻습니까?”

홍영진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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