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경 울산장애인인권포럼 사무국장

5월은 감사의 달이다, 부모님께, 스승님께 감사하고, 자라나는 우리 미래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에 감사하는, 항상 우리 곁에 있으며 있어왔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의미이다. 그러나 실상 우리의 5월은 힘든 달이다. 일부러 시간 내서 함께 식사를 해야 하고, 선물이나 용돈도 준비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감사의 의미보다는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부담을 먼저 느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돌이켜보면 지금 여기 이곳에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은 부모님과 선생님의 지지와 응원으로 인한 것이다. 누워만 있다가 뒤집기 시작하면서 얼굴이 빨갛게 온 팔 다리를 버둥거렸을 때, 무언가를 붙잡고 서다가 주저앉아 다시 일어나려고 애쓰고 있을 때, 어른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로 시작해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기저귀를 버리고 처음으로 혼자 쉬와 응가를 했을 때 등 우리가 서툴지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매 순간 옆에서 잘한다고 박수쳐 주고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고, 못 알아듣는 옹알이에도 ‘그랬어?’하면서 내 눈을 봐주고, 아이고 잘 했네 하며 놀라는 표정을 지어주던,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아본 것은 결국 부모님으로부터의 지지인 것이다. 이러한 지지가 있었기에 관계 속에는 내가 잘난 듯 우기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받은 지지의 얼마만큼을 부모님에게 돌려드렸던가?, 앞으로 얼마만큼 더 돌려드릴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지만 대답은 너무나 뻔하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는 늘 엄마에게 대들면서 나하고는 도저히 맞지 않다고, 도대체 부모들은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때가 있었을 것인데 그 때를 지나온 사람들이 왜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지? 라는 생각으로 마치 내가 잘나서, 혼자 큰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때가 많았다. 그 행동들을 보면서 부모들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얼마나 기가 막힐까? 하는 생각을 내가 그때 엄마의 나이가 되고 나서야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엄마는 내 말과 행동이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서 들어주어야 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거짓말에 속은 것이 아니라 속아 준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나마 매년 5월이면 카네이션 한 송이씩 사서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리고 짧은 손 편지 한 통씩이라도 써서 읽어드렸던, 동생들과 용돈을 모아 아버지 양말에 엄마 스타킹을 사서 예쁜 포장지에 포장을 했던 아름다운 시절 역시 30년 전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 시절 반드시 5월이면 동생들과 열심히 연습하고 쑥스러워하면서 불러드렸던 노래가 생각난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니 은혜, 푸른 하늘 그 보다도 높은 것 같아.” 불러 본지가 언제인지 그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그 쑥스러운 마음으로 내년 5월8일에는 다시 부모님 앞에서 불러보리라. 카네이션 사서 두 분 가슴이 달아드리리라. 용돈이 아닌 선물포장을 내 손으로 직접 해보리라. 문자나 말이 아닌 손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리라. 내 자신과 약속해 본다.

박미경 울산장애인인권포럼 사무국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