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로운 문제지가 우리를 기다린다
떨리는 마음으로 각자 주어진 과제를 받아 들고
진지하게 지문을 읽는다
답안지의 빈칸은 수험생을 설레게 한다.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문제가 어렵다고 지레 겁먹을 때가 아니다.
마음을 비우면 근심은 사라지는 법이다.
아무도 나를 대신해주지 않는다.
재촉하는 소리가 빗발쳐도 참아야 한다.
헐뜯는 말이거나 응원하는 말이라도 가려 들어야 한다.
차근차근 하루해를 채워도 오류는 생긴다.
때로 의외의 답안이 작성되기도 한다.

▲ 엄계옥 시인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생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댄다. 오늘이라는 운세에. 매일은 낯선 하루들의 연속이다. 하루는 생명의 연장선상 위에 군림한다. 생을 시험지를 받아든 수험생에 비유했다. 숙제를 받아들고 고민 중이다. 어떻게 펼쳐질까, 불안이며 즐거움이라 엿보고 엿듣고 싶은 것이다. 매일이 처음 살아보는 날이라서 답안을 채울 수가 없다. 모든 두려움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니 마음을 비우라는 전언이다. 집착을 버리면 두려움도 사라진다. 그러나 우리는 몸은 쉽게 부릴 수가 있어도 마음은 부리기가 어렵다. 그 마음 하나 때문에 하루해가 미심쩍던 때가 한 두 번이던가. 비록 오늘이 서툴러서 온전치가 않고 오류가 날지라도 퍼즐을 맞추듯 하루를 채워보라고 주문한다. 그러다 보면 의외의 인생 답안이 채워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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