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155수 만에 불계패...알파고 신의 한수에 당해
이세돌과 대국보다 강해져

▲ 25일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커제 9단이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인간과 기계간 2라운드 대결에서 패하고 머리를 감싸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 최강자 커제 9단을 두 번 연속 격파하면서 압도적인 기량을 재확인했다.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은 세계 3대 메이저 바둑대회를 석권한 고수로, 세계랭킹 1위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알파고는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지난 23일 1국에 이어 25일 2국에서도 커제 9단을 제압했다.

알파고는 인간의 두뇌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신(神)의 한 수’를 선보이며 커제 9단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25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3번기 제2국에서 초반 접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아 15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3번기에서 2연승을 거둔 알파고는 우승을 확정 짓고 27일 커제와 제3국을 치르게 됐다.

1국을 패한 커제는 자존심까지 접고 초반 ‘흉내바둑’까지 펼쳤지만 알파고의 날카로운 반격에 일찌감치 형세를 그르치고 말았다.

커제는 우상귀 정석에서 흑의 빈틈을 노렸으나 오히려 알파고에게 한 칸 씌움을 당하면서 급격하게 불리해지고 말았다.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인 목진석 9단은 초반에 들여다본 커제의 20번째 수가 패착이라고 지적할 정도였다.

이후 커제는 하변에서 패를 끌어내며 변화를 모색했으나 중앙 접전에서 ‘신의 한 수’를 당하며 절망의 나락에 빠졌다.

알파고의 중앙 공방전에서 커제의 공세를 피해 119수로 중앙으로 한 칸 뻗었는데 한국기원이 운영하는 사이버오로에서 해설을 맡은 최철한 9단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수”라고 평가했다.

예상치 못한 수를 당한 커제는 한동안 망연자실하다 우하귀 패를 걸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지만, 알파고는 간단하게 패를 정리하면서 승부도 결정 나고 말았다.

이후 커제는 상변에서 몇 수를 이어간 뒤 좌변을 공략했으나 알파고가 가볍게 돌을 수습하자 항복 선언을 했다.

앞서 알파고는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꺾기도 했다.

이런 알파고를 두고 인간의 바둑을 넘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제 9단도 알파고에 대해 ‘바둑의 신’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커제 9단은 이날 백 돌을 집었다. 커제 9단은 세계대회 본선에서 백번 승률이 81.81%에 이른다. 흑번 승률 66.66%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알파고를 상대로 승률은 의미가 없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프로그래머는 지난 24일 열린 포럼에서 “작년 이세돌 9단과 겨룬 알파고와 비교해 지금의 알파고(알파고 마스터)는 석 점 더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알파고 이세돌’ 버전이 ‘알파고 마스터’와 대국할 때 미리 돌 3개를 깔아 두고 시작해야 할 정도로 실력 차가 난다는 뜻이다. 보통 석 점의 핸디캡은 30집 정도를 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다.

김지석 9단은 프로기사가 느끼는 석 점의 격차를 비유로 설명했다.

김지석 9단은 “100m 달리기에서 3초를 내주고 뛰는 느낌”이라며 “선수끼리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격차”라고 말했다.

이 정도의 실력 차에서는 알파고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기사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김지석 9단은 “이제 알파고와 인간의 승부에서 승패는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면서도 “이길 가능성이 ‘0’에 가깝다고 해도, 알파고와 대국하면 그 어떤 바둑보다 배울 게 많을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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