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선 울산 북구의원

60대 자녀가 80대 부모를 간병하는 사회,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이른바 노노간병(老老看病)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노인대국 일본의 이야기다. 그런데 어쩐지 한국도 점점 일본을 닮아 가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 3년 이내 초고령사회로 진입해 2065년에는 인구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회 전체에 퍼져가고 있는 고령화의 그늘은 노인 빈곤, 질병, 고독으로 이어져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자살률 1위라는 암울한 현실을 낳고 말았다. 젊은이들마저 AI(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시대다. 노인 숫자는 계속 증가하는데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고, 정부는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하지만 빨라지는 고령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2004년부터 노년층의 노후소득 보전과 사회활동 증진을 목적으로 꾸준히 노인 일자리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월 22만원인 공익형 일자리가 대부분으로 10년이 넘도록 월 20만원대에 멈춰있다. 물가와 최저임금은 계속 상승하는데 보수는 그대로라 노년층에게 소득을 보전해주는 효과가 떨어진다. 나아가 지방자치단체별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고, 참여자 선발 시 소득 수준이 고려되지 않아 합리성과 형평성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또 ‘소득절벽’과 ‘노인빈곤’으로 노후 근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 문제는 뒷전이 되고 있다. 흔히 일하는 노인 하면 그을린 피부의 농부나 아파트 경비원, 색색의 조끼를 입은 공공근로 종사자들, 그리고 폐지 줍는 노인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만큼 일자리의 다양성은 찾아볼 수 없고, 단순 노무만이 제공되는 등 선택의 폭이 좁다. 평생 일해야 하는 체계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노인 빈곤과 일자리 문제는 사회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 해결책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본다.

첫째, 노인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노인의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사회와 조직의 일원으로 함께 가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우선 필요하다. 스스로를 보살핌의 대상이 아닌 자립의 주체로 인식하고 활동적으로 일하는 노인의 모습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둘째, 기업과 조직에서는 노인이 가진 개별적인 기술과 능력을 인정하고 활용하려는 고령화 친화기업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과거에 비해 현재의 고령 인력은 일하려는 의지도 높고 신체 및 지적 능력도 크게 향상돼 생산가능 인구로서의 역할수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고령화 사회에 따라 조직 구성원 역시 고령화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고령 근로자에 대한 선도적인 투자(교육훈련, 적합한 근무환경 조성 등)와 인력 활용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노인에게 적합한 직종 개발에 힘쓰고, 노인이 ‘즐겁고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 질과 내용에 대한 고려와 함께 ‘일하는’ 노인의 바람직한 모습을 적극 발굴해 사회에 전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공익형 일자리 제공 외에도 노인들의 창업교육과 민간기업 취업 교육 등을 지원·확대해 그들 스스로가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북구는 올해 2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에서 공익형 일자리 외에도 제조, 판매와 급식 지도 등의 시장형 사업과 노인 인력이 필요한 업체에 어르신들을 연결해주는 인력 파견형 사업도 활발히 진행중에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경험과 능력, 지혜를 갖고 있는 노인들이 적재적소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면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인 일자리 문제를 단지 생계를 꾸려나갈 급여를 제공하는 생존 욕구의 충족 수준에서 바라봐서는 안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처럼 인간은 지속적인 자기발전으로 자아실현의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행복해진다. 즐겁고 만족스러운 삶을 능동적으로 꾸려 나가고, 은퇴 후 ‘나’를 지탱하는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 소중한 일터의 존재는 노인 자신을 넘어 그 가족,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행복의 씨앗이 된다. 그 씨앗이 열매를 맺어 멋진 노인 분들이 일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리며 모든 세대가 다 같이 행복한 건강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수선 울산 북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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