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문화제와 월드뮤직페스티벌이 올해부터 분리 개최된다. 이들 축제를 주관하게 된 울산문화재단은 월드뮤직페스티벌을 처용문화제로부터 독립시켜 오는 9월15~17일 태화강대공원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또 처용문화제는 오는 10월 중 문화예술회관 옆 달동공원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10월에는 문화행사가 집중되는 만큼 다른 행사들의 일정을 고려하기 위해 아직 날짜를 잡지 못한 모양이다.

이로써 10년간의 처용문화제와 월드뮤직페스티벌의 동거가 끝났다. 결론적으로 월드뮤직페스티벌이라는 문화행사가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두 축제의 어정쩡한 동거를 끝내기로 한 울산문화재단의 용기있는 결정에는 일단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진주 개천예술제 행사의 일환으로 탄생한 유등축제처럼 관람객들의 호응에 의해 ‘배꼽이 배보다 커지는’ 바람에 자연스레 독립한 것이 아닌 만큼 두 축제를 모두 성공적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 지는 기대반 걱정반이다.

2000년 독립한 진주남강유등축제는 2003년 문화관광축제의 예비축제로 선정됐고 2004년 육성축제, 2005년 우수축제, 2006~2010년 최우수축제, 2011~2013년 대표축제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승승장구해서 지금은 캐나다와 미국LA 등지로 수출되는 글로벌 축제가 됐다. 월드뮤직페스티벌은 유등축제처럼 지역성이나 독창성이 부족하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명칭의 음악축제도 더러 있다. 세계 여러나라의 음악인들이 참여해 개성있는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만으로는 지역축제로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축제가 향토성을 바탕으로 할 필요는 없지만 성공한 축제가 되려면 독창성은 분명 필요하다.

더 큰 숙제는 처용문화제의 콘텐츠다. 올해 대폭적인 콘텐츠 강화를 통해 전국적인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이름없는 지역축제의 하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처용문화제의 이름을 변경해 다른 대표축제를 만들자는 주장도 있으나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처용은 울산이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문화자산이기 때문이다.

처용은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처용설화의 내용만으로도 문학, 음악, 무용, 미술 등 무궁무진한 문화적 요소를 갖고 있다. 울산시 남구 개운포에 있는 처용암은 바로 그 발상지다. 설사 새로운 대규모 관광형 축제를 발굴한다고 하더라도 처용이라는 콘텐츠를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만 처용문화제라는 이름이 ‘처용’이 아닌 ‘문화제’에 방점이 찍혀 있어서 종합문화행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면 ‘처용설화제’ 등으로 변경, 전문강소형 축제로 바꾸는 것은 고려해 볼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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