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 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중략-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엄계옥 시인

그다지 죄 될 것도 없는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에 찬 시다. 해설 대신 사설로 가야겠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윤동주 시를 읽으면 나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를 생각하게 된다. 만약 윤동주 시인에게 정병욱 수필가가 없었더라면, 정병욱 교수의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만났을까. 2002년 1월에 중국 길림성 용정시 지신향 명동촌에 있는 시인의 생가를 다녀왔다. 남자들의 아름다운 우정(사진)앞에서 오래 머물렀던 기억이 난다. 이 참에 윤동주 유고집이 보관되어 있던 전남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에 있는 정병욱 가옥( 국가등록 문화재 제 341호)에 가 봐야겠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또 다른 고향이니.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