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에 패배 후 약점 수정
의료·과학 분야로 영역 확장

1997년생으로 만 19세인 커제 9단은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과 함께 가장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바둑 기사다.

중국랭킹 1위인 커제 9단은 지난해 3월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5번기를 벌일 때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겨도 나는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등 자신감 넘치는 말을 쏟아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2연승을 달리자 커제 9단은 “이세돌에게 절망을 느낀다” “인류 대표 자격이 없다”는 등 독설까지 날렸다.

하지만 커제 9단은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자신의 고향 인근인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알파고와 ‘바둑의 미래 서밋’ 3번기에서 모두 완패했다.

3국 후반부에서는 커제 9단은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한때 ‘알파고는 나의 상대가 안 된다’고 큰소리를 쳤던 커제 9단이 절망한 순간이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대국할 때보다 더 차가워져 있었다.

딥마인드는 알파고가 작년 이세돌 9단과 대국한 이후 인간의 기보를 보지 않고 자신 스스로와 대국하는 ‘독학’으로 약점을 고쳤다고 설명했다.

커제 9단이 아무리 싸움을 걸어도 알파고는 쉽게 쉽게 상황을 정리해나갔다. 또는 두터움으로 커제 9단의 승부수를 무력화했다.

알파고는 떠날 때도 아주 냉정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27일 바둑의 미래 서밋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번 행사가 알파고가 참가하는 마지막 바둑 대국”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딱 이길 만큼만 둔다’는 알파고의 바둑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결정이다.

알파고는 바둑 분야에서 인간 최고수들을 넘어섰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하자마자 미련없이 바둑계를 떠났다.

이제는 의료·과학 등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범용 인공지능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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