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학 (사)한배달 회장 전 강원대 교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국정역사교과서를 폐지했다. 앞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추진 절차에 문제가 있었기에 그 조치는 타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선에서 끝난다면 이 정부가 얕고 작은 적폐만 보고, 오래되고 근본적이며 큰 적폐는 보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역사 교과서는 우리 겨레의 정체성을 정립시켜주는 교재로써 나라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그 내용이 통일조국과 미래인류사회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의 역사교과서는 오래 쌓인 적폐로 인해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게 만들어져 있다. 새 정부가 ‘정말’ 과거의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미래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면 제도개선만이 아니라 그 내용 속에서 600년 전부터 쌓인 사대주의 적폐, 100여 년 전부터 35년의 식민통치 기간을 넘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조선총독부 적폐를 찾아내어 바로잡아야 국민들로부터 바른 정부라는 평을 들을 수 있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크고 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앞 정부가 왜 국정교과서 제도로 돌아가려 했는가도 살펴봐야 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검정교과서가 현대사에서 북한에 대해서는 편향적으로 옹호하는 서술을 하고, 미군정과 박정희 정부 이후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서는 반대로 비하한 것 때문이었으며, 실제로 객관성을 잃은 기술이 있었고, 그것을 시정하라는 정부의 명령에 반발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나 올해 2월에 대법원에서 정부가 승소함으로써 문제가 있음이 인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 만들어진 국정교과서에서 객관성을 잃은 박정희 대통령 찬양이나 친일적인 요소, 북한에 대한 비하 등의 요소까지를 포함하여 고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역사교과서는 국정교과서만이 아니고 검정교과서조차 조선총독부가 우리의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해 우리 역사를 축소·비하·왜곡하여 만들었던 <조선사>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당연히 광복이후 청산되어야 했지만, 오히려 <조선사> 편수에 참여했던 친일 세력들이 사학계를 장악하고 그런 역사학자를 양성하여 민족말살 역사교육을 시킴은 물론, 그 과정에서 형성된 사제, 동문 등의 인맥을 통해 언론, 정치, 관계까지 영향력을 행사하여 최근에 재판에서까지 그 영향이 드러났다. 100년 이상 쌓인 이런 적폐를 청산할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야 한다.

또한, 정부의 돈으로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대응하라고 만든 동북아역사재단은 ‘역사 화해’라는 묘한 기치를 내걸고 ‘바로 잡는 것이 아닌 적당한 선에서 화해’하는 방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단의 실무 책임자인 사무총장이 외무부 공무원이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중국과 과거 조선총독부가 주장했던 근거가 없는 ‘한사군 한반도 북부설’을 그대로 수용하고, 어떤 지도에도 간도를 우리 땅으로 표기하지 않는다. 이 재단에서 운영하는 독도체험관에는 19세기 말에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라 조선 땅’이라는 태정관 지령(관보 성격)의 원본이 아닌 내부 결재문서를 전시하여 일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독도가 표시되지 않은 ‘동북아역사지도’를 만들어 국회의 호된 질타를 받은 바 있는 것이다.

새 정부는 당연히 이런 조직의 구성과 사업을 평가하여 존폐를 검토하고, 지원되는 국민의 세금이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이도록 조정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야 한다.

적폐 청산을 들고 나와 집권을 한 새 정부가 정작 더 크고 오래된 근본적 적폐인 우리 역사학계와 공공조직에 대한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가장 급하고 중요한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고치지 못한다면, ‘나라와 겨레를 위한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는 나라와 겨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앞 정부의 실정을 폭로하여 정권을 잡으려는 꼼수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박정학 (사)한배달 회장 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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