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울산 울주군의회의 2017년도 1차 추경 심사가 한창이다. 이번 추경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에너지융합 일반산업단지 사업이다. 일부에서는 ‘에너지융합산단을 위한 추경’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당초 울주군은 총 사업비 2790억원 가운데 1837억원을 분양대금에서 충당키로 했다. 하지만 5%에도 못미치는 저조한 분양률로 사업비 확보에 차질이 생겼고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일반회계 투입이 불가피해 졌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이 사업에 대해 시작 단계부터 회의적 시각이 있었지만 군의 막연한 낙관이 현 사태를 초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당초 군은 원전해체기술센터 울산 유치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여러 경로를 통해 센터 유치 실패에 대비해야 한다는 충고가 있었지만 군은 이를 간과했다.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장밋빛 희망에 사로잡혀 충분한 검토 없이 3000억원 가까운 초대형 사업을 추진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결국 우려대로 분양에 실패하면서 일반회계 투입이 불가피해졌지만 군의 태도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의회의 지적에 군은 막연한 낙관론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예산 심의과정에서 각종 지적이 쏟아졌고, 특히 세계현금 전용문제가 제기되자 군은 고개를 숙였다. 자금이 부족할 경우 전용할 수 있지만 전용한 자금은 그 회계년도에 변제해야 하는 것이 세계예산이다. 하지만 군은 지난해 일반회계에서 전용한 95억원 가운데 7억5000만원만 갚는데 그쳐 회계법을 어겼다.

원전지원금 문제도 불거졌다. 800억원의 원전지원금은 2021년까지 집행될 예정이지만 군은 산자부와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2년 만에 지원금을 모두 지원받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고 결국 탈이 났다.

군은 이미 813억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된 만큼 행정의 신뢰성 측면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공사가 1년 지연될 경우 100억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한다며 정상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 저조로 인한 일반회계 투입 등 행정의 비효율성은 고려되지 않는 듯하다. 서생면 영어마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한 의원의 지적에 대한 답변은 실소를 자아냈다. 그동안 땅값이 배 가까이 올랐으니 군민에게도 이익이라는 안일한 인식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재원 확보방안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에도 분양에 대한 낙관으로 일관하며 스스로 소통의 창구를 닫고 있다. 경고등이 들어오면 각 실과는 물론 의회와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땜질처방에 급급하고 있다. 의회의 지적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선책을 찾는게 순리로 여겨진다.

미분양으로 고전 중인 다른 산단을 보더라도 앞으로의 분양이 녹록치만은 않을 것같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군은 뾰족한 묘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산단으로 전환할 경우 투기 우려가 있다며 주저하지만 신성장 산업군 쪽으로만 소폭 개방하는 것은 산단 조성 취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만큼 입주대상 기업 확대를 고민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분양 활성화를 위해 외부 대행사를 통해야 한다는 지적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수천억원이 땅에 묶여버릴 경우 그 피해는 군민에게 돌아간다. 군은 행정 신뢰도를 거론하기 전에 먼저 신뢰받는 행정을 펼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명확한 재원확보 방안을 세우고 대안을 제시해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사업을 진행하는게 순리일 듯하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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