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단체협상을 1년 넘게 끌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역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노조지부장의 단식농성에 이어 수석부지부장 등 2명이 울산시의회 옥상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정치권을 통한 사측 압박도 시도하고 있다. 진척이 없는 단체협상에 대한 답답함과 정권교체에 따른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회사안에서 풀어야 할 단체협상을 지역사회로 들고나온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전례가 없진 않지만 시기적으로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얻기 보다 경제 불안을 가중시키는 결과만 낳지 않을 지 걱정이다.

노조의 주장은 5분기 연속 흑자에 수주도 잘되고 있으며 주가도 급등했으므로 회사측의 기본급 20%반납 요구는 철회하라는 것이다. 회사는 지난 1월 호봉승급분을 포함해 임금 12만3000원 인상, 성과금 230% 지급, 격려금 100%+150만원 인상 등의 최종안을 제시하면서 올 한해 기본급 20% 반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노조는 또 2017년 임금 요구안으로 임금 15만5000원, 자율관리수당 신설, 원하청 동일임금 인상 등을 제시했다. 흑자를 냈으니 임금을 인상하라는 노조의 주장이 얼핏 맞는 것도 같다. 하지만 경영현황을 들여다보면 임금인상을 크게 요구할만한 실적개선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 실적으로 모두 합쳐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분기동안 2조2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현대중공업만 보면 4400억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기숙사 등 자산매각, 원가절감, 급여반납 등 뼈를 깎는 경영개선활동과 실적이 양호한 계열사 덕이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앞서 2014~15년 2년간은 무려 4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성장의 척도가 되는 매출 감소 추이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 현대중공업은 매출 2조80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나 급감했다. 올해 일감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도 19조5414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20%나 줄었다. 일감부족으로 이미 3개의 도크를 가동 중단했다. 2년 넘게 수주를 못한 해양 도크도 곧 멈출 것으로 보인다. 내년 매출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조선사 노조는 현대중공업 노조와 다른 양상이다. 대우조선은 올 1월부터 순환무급휴직과 함께 4월부터 전 직원 임금 10% ~15%를 반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8월부터 과장급 이상은 15~20% 반납하고 있다. 계열사인 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은 고용유지를 위한 고통분담을 약속했다. 조선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분명 고용보장을 전제로 한 고통분담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농성이 아니라 양보를 통한 노사대화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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