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기 없어 해상물체 타격 어려워…GPS 있어 지상정밀타격은 가능

▲ 북한이 지난 29일 발사한 미사일.

연료주입·이동발사장치 자동화로 시간 단축…1000㎞ 사거리로 명중률 향상
美항모 타격엔 한계…추가 시험발사로 성능 보완할 가능성 커

북한이 스커드-ER급의 미사일에 각종 보조장치를 달아 정밀도를 높인 지대함(ASBM) 겸용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해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에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30일 강원도 원산에서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사진과 비행특성 등을 공개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 4월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열병식 때 공개한 미사일이었다.

스커드 미사일 동체 앞부분에 카나드(Canard)로 불리는 전방 날개를 달았고, 무한궤도형 발사차량(TEL)에 탑재되어 공개됐다. 이날 노동신문에 게재된 발사 당시의 미사일과 동일 기종이다.

노동신문은 이 미사일이 “적 함선을 비롯한 해상과 지상의 바늘귀 같은 개별적 목표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우리식 탄도로케트”라면서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새로운 정밀조종유도체계를 도입한 주체무기”라고 밝혔다.

애초 지대지 미사일로 개발된 스커드 미사일을 지대지 또는 유사시 지대함 미사일로 겸용해 사용하도록 개조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 미사일이 조종날개가 있는 전투부를 장착했고 중간비행 구간에서 소형열분사발동기에 의한 속도 교정 및 자세 안정화 계통의 정확성이 재확증됐다고 설명했다.

조종날개는 카나드를 말한다. 전방 날개인 카나드는 미사일의 무게중심 앞쪽, 즉 머리 부분에 달려 있다.

중앙날개가 없는 미사일은 카나드와 꼬리날개가 분담해 양력을 만들어 미사일이 고도를 유지하거나 활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발사된 미사일은 날개와 바람이 일정한 각도(Angle of Attack·받음각)를 이뤄야 안정적으로 비행하는 데 카나드는 공기 저항을 견디기 위해 꼬리 조종날개보다 상대적으로 더 강한 구동장치가 필요하다.

카나드 근방에 구동장치인 추력기를 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한 매체가 언급한 소형열분사발동기는 추력기를 뜻한다.

추력기는 열을 45~90도 각도로 분사해 자세제어와 추력을 제어는 장치이다.

▲ 4월 열병식에 공개된 카나드 달린 스커드 미사일.

지난 14일 발사한 ‘화성-12’ 중거리미사일의 탄두부분에도 PBV(Post Boost Vehicle)가 장착됐다.

PBV는 추력기와 엄밀히 다르지만, 궤도조정 등의 측면에서 보면 추력기 기능과 흡사하다.

북한 매체가 “재확증”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도 ‘화성-12’의 PBV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이번 발사에서 카나드와 추력기 성능을 입증해 스커드 미사일의 정밀도를 향상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와 관련, “탄도로케트는 중등사거리(최대 사거리가 아닌 중간 사거리)를 비행하여 예정 목표점을 7m의 편차로 정확히 명중하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사일의 탄두부에 내장된 텔레메트리(원격 측정장비)로 비행정보 자료를 얻기 위해 목표치보다 사거리를 줄여 비행토록 했고, 측정 결과 원형공산오차(CEP)가 7m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그간 북한은 상대적으로 CEP가 큰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의 명중률 향상을 위해 성능개선 시험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현재 실전 배치된 노동 미사일은 1000㎞ 비행시 탄착지점이 목표지점으로부터 2km∼3km, 스커드 미사일은 300㎞ 비행시 450m∼1km를 각각 벗어나는 등 CEP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이를 7m가량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항모를 공격할 수 있는 ASBM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CEP가 7m라는 북한의 주장은 검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이어서 이를 입증할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함용으로 개조한 스커드 미사일이 항모를 공격하는 ASBM으로의 신뢰성을 갖추려면 목표물을 자동으로 탐색하는 탐색기가 있어야 한다.

해상에서 이동하는 물체는 이 탐색기에 의해 탐색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에는 목표지점의 좌표를 실시간으로 받는 GPS(인공위성위치정보) 수신장치는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사일에 GPS 수신장치가 있으면 해상에서 이동하는 표적은 정밀타격하지 못해도 지상 고정목표물은 정밀타격할 수 있다.

사거리 1000㎞인 스커드-ER은 탄두부분이 정밀유도화되어 지상시설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는 평가됐다.

북한은 300㎜ 신형 방사포에 GPS 수신장치를 달아 종말 정밀유도화에 성공한 바 있다.

특히 정찰위성과 수평선 너머까지 탐지할 수 있는 초수평(OTH·Over The Horizon)레이더, 장거리 무인정찰기 등을 확보해야만 항모를 타격할 수 있다.

항모전단은 기본적으로 SM-3 대공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 구축함의 호위를 받고 있어 미사일 공격이 쉽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한 해상레이더의 탐지거리는 100㎞ 정도지만 미 항모는 수백㎞ 떨어진 해상에서 작전한다.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곳에, 그것도 자유낙하 방식으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로 망망대해에 있는 항모를 타격할 수 없는 노릇이다.

▲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북한은 앞으로 해상에 목표물을 설치해 놓고 이 미사일의 추가 발사를 통해 이번 발사에서 미흡한 점을 보완해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은 위성·감시정찰자산이 없기 때문에 지대함미사일을 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2000년 초반부터 미사일 명중률을 높여주는 센서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번 발사된 미사일도 액체 연료를 사용한다”면서 “연료와 산화제를 빠른 시간에 주입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과 TEL에서 미사일을 세우는 기립장치를 자동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4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탄도미사일 가운데 이번에 발사된 것을 비롯해 ‘화성-12’ ‘북극성-1·2형’을 성공시켰으며 원통형으로 공개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만 남았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