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사키시, 헤이트 스피치 사전규제 가이드라인 공개

▲ 헤이트 스피치 피해를 구제해달라고 당국에 신청해 혐한 시위 반대 여론의 기폭제 역할을 한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의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42) 씨가 지난해 6월 5일 가와사키시에서 시민들과 함께 혐한 시위 항의 활동을 벌인 뒤 발언하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혐한 시위대는 이날 행진을 시도하다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약 40분 만에 중단을 선언했다.

일본에서 지난해 6월 3일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억제법이 시행된 이후 우익단체 시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이트 스피치는 ‘혐한시위’의 동의어로 통한다는 점에서 이 법은 혐한시위 억제법으로도 불리고 있다.

3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경찰청이 집계한 우익단체 시위는 2013~2014년 연간 약 120건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39건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이러한 이유로 “법 시행과 사회적 논의가 고조된 점 등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은 본국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꾀하기 위해 추진된 법으로, 지난해 5월말 제정됐다.

아사히신문은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반(反) 인종차별법이라며 수년간에 걸쳐 표적이 된 재일 코리안이 국회에서 피해를 호소하고 대책을 요구했던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벌칙없이 이상을 추구하는 법에 그쳤다면서도 “일정 성과를 내고 있다”며 우익 시위 건수가 감소했다고 제시했다.

작년 6월 5일 법 시행 사흘 만에 법망을 피해 교묘한 방식으로 혐한시위를 하려던 일본 우익세력이 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에 시위를 중단했다.

당시 혐한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 관계자 등이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나카하라(中原) 평화공원에 집결, 인근 도로에서 변칙적인 혐한시위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현장에 모인 시민 수백명의 항의에 부딪혀 10m가량 행진하다 이를 그만뒀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도 진행형이다.

가와사키시는 일본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헤이트 스피치의 사전규제를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지난 4월 말 공개했다.

이르면 올해 가을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법무성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헤이트 스피치의 판단 기준과 구체적인 사례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자 올해 들어 ‘조국으로 돌아가라’ 등의 표현을 ‘차별적 언동’으로 제시한 사례집을 70여 곳에 배포했다.

신문은 이런 노력 속에서도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새로운 움직임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와사키시처럼 헤이트 스피치를 사전 규제하는 데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하는가가 관건이 된다고 덧붙였다.

법 제정 당시 금지 규정과 벌칙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여전한 상황이다.

가와사키에서 지난해 혐한시위 반대 여론의 기폭제 역할을 한 재일동포 3세 최강이자(43) 씨는 “방치됐던 헤이트 스피치가 이제는 하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며 “지자체가 우리들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한 룰을 계속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신문에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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