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광 남목고 학생안전부장 교사

4차 산업사회의 도래가 대통령 선거 내내 경제 분야 화두로 떠올랐다. 기존 산업과 경제 구조로는 국제 경쟁에서 이겨내기도 힘들뿐더러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 인터넷, 무인 운송 수단, 3차원 인쇄, 나노 기술 등으로 대변되는 신산업을 제때 육성하지 못해 급격하게 국가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 또한 의문이 생겼다. 과연 우리 교육은 이런 사회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21세기 첨단 산업사회를 살면서 학교에선 공장제 공업 노동자를 대량으로 양산하는 교육을 아직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살펴보자. 부모가 아침에 출근하듯 아이는 학교에 등교하고 부모가 공장에서 퇴근할 때 아이도 학교에서 하교하며 부모가 야근과 잔업을 하듯 아이도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생활방식 뿐만 아니라 교육내용도 주로 지식전달위주이다. 물론 그동안 이러한 교육을 통한 공업 노동자 대량 생산 방식은 매우 효율적인 방식으로 우리 경제를 견인했고 많은 발전도 이루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이런 교육이 과연 4차 산업 사회를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얼마 전 우리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치렀다. 시험기간 중 자습 감독을 하는데 한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서 무슨 공부를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나 궁금해졌다. 가까이 가서 보니 국어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너 참 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구나?”라고 했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저 지금 영어공부하고 있어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알고 봤더니 영어 지문 해석 내용을 달달 외우고 있었던 것이 나에게는 국어공부처럼 보였던 것이다. 영어 실력과 무관하게 한글 해석을 따로 외우고, 내용을 이해할 필요도 없이 답안을 고르는 교육이 아직도 우리 교육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진다. 과연 이러한 교육을 받은 학생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인재가 될 수 있을까? 비관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경제의 힘은 교육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우리가 이만큼의 경제성장을 이룬 것도 다 교육의 힘이다. 지금까지의 성공전략이었던 ‘패스트 팔로우’전략은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선도하는 인재가 많이 양성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교육 풍토가 입시를 중심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교육이 아니라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도록 구조 조정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면 모두 풀 수 있는 문제를 줄 세우기 위해 시간적 제한을 두니 능력차가 생긴다. 하지만 그러한 능력차는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미래사회에서는 진지하고 깊게 천천히 숙고하는 능력이 더욱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두려움이 없어야 하고 의미있는 실패에 대해서도 충분한 평가를 받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시급한 과제이다.

박대광 남목고 학생안전부장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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