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딛고 당당히 공공기관인 UNIST 일원된 김혜진씨

▲ 청각 장애인인 김혜진씨는 지난 2016년 5월부터 UNIST 행정실에서 근무중이다.

4살때 고열 후유증으로 난청 겪게돼
봉사활동 단체서 만난 남편과 결혼
부끄럽지 않은 엄마 되고자 책 들어
지난해 5월 공공기관에 당당히 합격

화상전화기 비치돼 통화업무도 가능
장애가 부끄럽지 않다는 당당함으로
학생들과 함께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
힘든일 부딪혔을땐 메모로 마음 정리

4살때다. 고열이 1주일동안 지속됐고, 그 후유증으로 난청이 왔다.

부모님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어떻게든 잘 키워보기 위해 부산에서 대구의 병원을 오가기를 매일 반복했다. 다른 여느 딸, 아들처럼 학교에도 보낼 수 있도록 부산지역 특수학교에서 훈련을 받도록 했다. 초등학교 3~4학년때 비로소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일부 친구들의 괴롭힘이 있었지만 어린나이에도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하나로 견뎌냈다.

장애가 부끄럽지 않기에 당당해야 한다는 소신은 더욱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숱한 어려움속에서도 대학에 진학해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대학 3학년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그 꿈마저 포기해야만 했다. 봉사활동 단체에서 만난 남편과 가정을 꾸려 2명의 아이도 낳았다. 커가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곤 지난해 5월 공공기관에 합격했다.

UNIST 경영학부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혜진(여·38)씨 이야기다.

청각 장애인인 김씨는 기록물 관리, 보안업무 등 행정서무 업무를 담당한다. 김씨에게 가장 불편한 점은 전화통화 업무였다. 학교가 미리 이런점을 파악, 전 구성원에게 영상통화가 가능한 최신형 전화기를 보급해 화상통화로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능력의 200%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항상 자신을 다잡는다.

그녀의 가장 큰 무기(?)는 ‘장애가 부끄럽지 않다’는 당당함이다.

“어렸을적에 어떻게 주변환경을 극복해 나갔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뭐랄까 편견과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받는 것에 대해 뻔뻔함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학생들과 함께 끊임없이 배우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때가 가장 보람된다.

특히, 일에대한 열정 하나 만큼은 그 어느 누구에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주위로부터 “함께 일할 수 있어 즐겁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채워나갈 수 있어 뿌듯하다”는 말을 들으면 그저 행복하다.

힘든 일에 직면했을 땐 하던 일을 잠시 미뤄두고 여러가지 방법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베였다. 적막함 속에서도 무거웠던 마음을 점차 가벼워지게 하면서 순서를 차근차근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메모만한게 없다고 말한다.

김씨는 취업을 꿈꾸는 여러 장애인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긍정적인 자세로 취업문을 일단 두드려보고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첫 발을 내딛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뭐든지 긍정적으로 매사에 임한다면 작은 실패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녀는 강조한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씨는 “지금 이 순간, 현재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어떤 결과든 좋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행정역량을 발전시켜 즐겁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 편견을 뛰어넘기 위한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더욱 노력해 지금 주어진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외유내강의 신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또 다시 일터로 향한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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