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태화강설치미술제

▲ 도태근 작가의 ‘물 위의 드로잉’

1~11일 태화강대공원서 다양한 작품 전시
천만가지 무궁한 변화 ‘천변만화’ 주제로
현대사회의 총체적 환경 미술품으로 표현
10개국 작가·울산대 학생 등 60여명 참여
팸플릿 동선따라 움직이며 작품감상 가능
거대 공간 열린 전시장에선 누구나 평론가

2017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1일 태화강대공원에서 개막했다. 올해는 울산광역시승격 20주년과 울산방문의해의 의미까지 더해져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한 작가군과 완성도 높은 설치미술을 선보인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는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울산의 도심을 지나가는 태화 강변에서 매년 열리는 야외설치미술제다. 공업발전으로 오염됐던 태화강은 환경개선 노력으로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났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이러한 변화를 국내외에 알리고 예술을 통해 새로운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처음 개최됐고, 올해로 11년 차를 맞는다.

▲ 왕 하이유안(중국) 작가의 ‘하늘, 구름, 태양, 물, 흙’

효율적인 문화예술 인프라는 그 지역의 위상을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인다. 일례로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의 빌바오는 구겐하임 뮤지엄의 개관으로 인해 그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대외적 이미지를 구축했다. 또한 독일 중서부의 작은 도시 뮌스터는 뮌스터프로젝트라는 성공적인 전시행사를 진행하면서 도시와 도시민의 품격을 확보했다. 울산의 대표적인 문화예술행사로 기획된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도 그 같은 가치를 실현하는 창구가 될 것이다.

◇2017 TEAF 주제는 ‘천변만화’

2017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다양한 현대미술의 현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설치미술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통해 현장성 있는 예술의 소통방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올해의 주제는 ‘천변만화’(千變萬化). 천만가지 무궁한 변화를 뜻한다. 현대사회를 이끌어가는 총체적인 환경을 미술품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방법론은 ‘다양성’(Diversity)과 ‘이종교배’(Hybridizing)에 두고 있다. 이는 현대사회를 드러내는 적절한 키워드로 동시대 현대미술의 양상과 특징을 적절하게 포괄하는 개념이다.

▲ 우성립 작가의 ‘어느 멋진 날의 오후’

전시장소가 태화강대공원인만큼 미술제가 열리는 동안 현장에서는 설치미술 작품을 완성한 작가를 만나고, 시시각각 변하는 전시작의 변화를 바라볼 수 있다. 야외설치작품의 큰 규모와 설치를 위해 등장하는 중장비까지, 미술제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이 곳을 찾는 시민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김진우 작가의 ‘자연, 인간과 기계를 품다’

◇세계미술 흐름과 국내 동향 가늠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해마다 전 지구촌을 상대로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외국인 작가들의 설치미술을 소개해 왔다. 올해는 울산방문의해이자 광역시승격 20주년을 기념해 그 어느해보다 많은 외국작가들을 초대했다.

파스칼 라콤(프랑스)은 6대륙 원주민들의 토착예술에 관심이 많다. 오래된 문화사회의 정령 숭배와 주술에 초점을 맞춰 가장 현대적인 미술작품을 선보인다. 미국에서 온 브루스 컨클 역시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간직한 설치미술을 보여준다. 커다른 바윗덩어리가 그의 손을 거쳐 황금빛 버락으로 바뀌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 박발륜 작가의 ‘두두 프로젝트(Do.Do Project)-내일로’

작가이자 교육자인 굇즈 아른트(독일)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펼쳐놓는 독특한 작업을 선보인다. 도시의 허파, 도심 속 공원에서 인공의 물질이 구축하는 공간의 이기와 물질성을 고발하고 있다.

인도작가 수칸트 카팔라는 커다란 구 형태의 구조물 내부를 커다란 뱀과 해골로 채운다. 자연을 상징하는 뱀과 인간을 의미하는 해골의 공존. 지구파괴를 반대하는 작가의 강렬한 메지시를 대변하고 있다.

여성작가인 미와 교코(일본)는 화이트 육면체 공간을 만든 뒤 표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놓았다. 암실과 같은 그 곳. 햇빛의 각도와 농도에 따라 공간 속에 비치된 유리조각이 다채로운 빛의 향연을 연출한다.

▲ 연기백 작가의 ‘메워진 선’

국내작가로는 이경호 작가가 ‘오병이어’ ‘인간의 기적’ 2점의 설치미술을 한꺼번에 선보인다. 오병이어(Five Loaves Of Bread And Two Fishes)는 예수가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먹였다는 기적을 의미한다. 그는 하얀 천이 덮힌 굴삭기 아래에서 뻥튀기와 붕어빵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나눠준다. 성경 속 기적처럼 태화강의 기적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푸른색 천, ‘인간의 기적’ 역시 모세의 기적을 상징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장치다. 시민들이 이뤄낼 수 있는 새로운 기적을 찾고자 한다.

박발륜 작가의 ‘두두 프로젝트(Do.Do Project)-내일로’는 미래를 향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의 순간 포착, 단순미와 조형성을 살려 완성한다. 친근하고 부드럽게 다가오는 조각상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앞으로 전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올해 미술제에는 한국을 비롯하여 네덜란드, 독일, 미국 영국, 인도,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전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10개국 30명의 작가들과 울산대학교 학생 등 60여 명이 참여한다.

▲ 한기창 작가의 ‘뢴트겐의 정원’(왼쪽)과 한효석 작가의 ‘누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는가!’

◇설치미술제를 제대로 즐기는 법

설치미술제가 열리는 태화강대공원은 하늘과 강과 바람이 어우러진 지붕 없는 갤러리다. 예술로 단장한 이 곳에서 관람객은 작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다. 작가들은 30여 점의 설치미술을 통해 태화강대공원을 다양한 동선과 관점이 공존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일단 태화강대공원에 도착하면 현장 운영부스에서 나눠주는 팸플릿을 받은 뒤 그 곳에서 추천하는 동선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차례차례 작품을 살펴보면 된다.

언뜻 보기에 “이 것이 무슨 미술이야?”하고 의문이 드는 작품과도 마주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팸플릿에 소개된 작품 정보를 꼼꼼하게 읽어보자. 작가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왜 그렇게 표현 할 수밖에 없는지 대부분은 이해를 할 수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작품도 있을 수 있다. 작가의 의도가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했거나, 작가의 표현이 관람객의 공감을 이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현대미술의 한 주류인 설치미술에서는 자연스러운 일. 나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새롭게 이해하는 방법을 선택해 보자. 열린 공간, 열린 전시장에서는 누구나 평론가가 될 수 있다. 글=홍영진기자 thinpizza@

사진=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 TEAF 2017 행사개요
◇메인전시
­6월1~11일 태화강대공원 일원
­총 32점 전시(참여작가 60여 명)
◇개막식 6월1일 오후 7시
­내빈소개, 테이프커팅
­축하무대 퍼포먼스 공연(데이비드 브렌드슈테터)
­영화상영
◇TEAF 아카이브전
­지난 10년 간의 발자취
­도록, 신문기사, 설치사진, 동영상 등
◇컨테이너 전시장
­VR로 보는 사이버 전시
­영상과 드론으로 완성하는 미술제
◇어린이미술실기대회
­6월10일 오전 10시
­주제는 설치미술과 자연이 어루러진 태화강대공원(울산미술협회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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