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과 일감부족에 따른 고용불안으로 악화일로를 걷던 현대중공업 노사문제가 더 꼬이고 있다. 노조는 강경투쟁을 거듭 고수하고, 회사 또한 한치의 물러섬없이 일감부족에 따른 유휴인력에 대한 조치 등 경영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대립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노사의 대화없는 강대강 대치도 모자라 노정 충돌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회사안에서 풀어야 할 노사문제를 지역사회로 들고 나오면서 비롯된 것이다. 어디서 실마리를 풀어야 할 지 참으로 난감한 순간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하 임단협)과 올해 임단협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해 5월 시작한 임단협이 꼬박 1년이 지나도록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다 노조가 올해 임단협을 동시 진행할 것을 요구, 갈등의 골이 메워지기는커녕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88차례의 단체교섭을 진행해왔으나 사측이 최종 제시안에 고통분담을 이유로 기본급 20% 반납을 포함한 것에 대해 노조가 크게 반발하면서 교섭은 내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더욱이 노조가 올해 임금요구안을 금속노조 요구안과 동일한 15만4883원을 그대로 확정하며 또 다른 갈등이 예고된 터다.

이런 가운데 올 연말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 백형록 지부장이 지난 달 18일부터 2016년 임단협의 조속한 타결을 사측에 촉구하며 16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또 노조 간부 2명은 지난달 25일부터 사측과의 문제 해결에 울산시와 지역정치권이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울산시의회 의사당 옥상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히 농성 7일째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울산시의회 의원과의 대화를 위해 잠시 농성장 아래로 내려온 해당 간부 1명을 경찰이 현행범으로 긴급체포하면서 긴장국면이 연출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여전히 기존 입장을 유지, 고통분담 없이는 직원들의 고용안정은 힘들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감부족에 따른 유휴인력에 대한 조치로 엔진기계사업부 소속 유휴인력 160명에 대한 순환유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발주처 외국인 감독관 사무실도 3년만에 폐쇄했다. 일감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다시 한번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자산매각, 원가절감, 급여반납 등 뼈를 깎는 경영개선활동과 실적이 양호한 일부 계열사 덕에 이뤄진 실적개선에 안주하기 보다는 더 멀리 내다보는 지혜가 발휘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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