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원전 5·6호기를 포함해 신규 원전 건설 전면 중단을 공약했다.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선거에서 내건 공약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것이 우리 정치 풍토다. 앞선 정부에서나 수많은 정치인들이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달라야 한다. 공약 실천의 모범을 보였으면 한다. 정치인은 공약을 실천하고 유권자는 공약을 보고 투표하는 정치문화만 형성돼도 우리나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공약 실행과정에서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지켜야 하는 입장이나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모든 공약을 현실에 대입, 검증해본 다음 내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통령선거는 준비기간이 부족했던만큼 실행과정에서 크고 작은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정책의 방향이나 지표(指標)가 흔들리거나 이어령비어령(耳於玲鼻於玲)이 돼서는 안 된다.

폭발의 가능성과 위험성이 있는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로 국가에너지정책을 전환하겠다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따른다. 환경적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에너지로 바꾸되 현실적으로 비용부담이 크게 증가해서는 안 된다. 뿐만아니라 그동안 희생을 감수해온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의 입장도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신고리원전 5·6호기 주변지역인 서생면 주민들은 신고리원전 5·6호기의 건설중단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신고리원전 5·6호기를 자율유치했다. 이미 10여기의 원전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행정구역과 접근거리 때문에 충분한 혜택을 입지 못한데 따른 불만을 신고리원전 5·6호기 유치를 통해 풀어낸 것이다. 그런데 새정부가 건설을 중단한다니 엄청난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일방적인 피해감수를 요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회의에서 신고리원전 5·6호기의 건설중단 여부가 논의된다고 한다. 서생면 주민들은 건설중단백지화를 요구하면서 상경투쟁을 하고 있다.

새정부가 에너지정책을 바꾼다고 해도 모든 원전을 일거에 중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기존 원전에 비해 안전성을 대폭 높였고 이미 28%나 공사가 진행된 신고리원전 5·6호기의 건설중단 보다 문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미착공 신규원전의 공사중단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금지 △설계수명이 남은 원전의 내진 설계 강화 △내진설계가 불가능한 원전의 폐쇄 등을 우선추진하는 것이 순리다. 대통령이 지난 4월11일 울산유세에서 원전폐기를 공약한 이유도 ‘석유화학공단과 원전에 둘러싸여 있는 울산지역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던가. 서생주민들은 신고리 5·6호기가 고리 1·2호기와 신고리 1~4호기 보다는 훨씬 안전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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