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 실패담도 끌어안아
5년 단위 악순환의 고리 끊을
통합의 성공스토리 만들어야

▲ 이근용 영산대 빅데이터광고마케팅학과 교수

학기를 시작한 게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학기말이 다가온다. 학기 초에는 생동감이 넘치고 모두 초롱초롱한 눈빛이었는데 학기말로 다가갈수록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들이 지친 기색을 드러낸다. 가르치는 사람은 한 학기 강의를 위해 준비한 내용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배우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강의의 뼈대와 흐름을 짐작하면서 호기심이 엷어지고 피로감을 나타낸다. 매번 학기 초의 강의실 열기를 학기가 끝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마음먹지만 학생들의 반응을 보니 이번에도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무슨 일이든 한 사이클을 반복하는 주기가 있는 듯하다. 우리 삶에도 생애 주기가 있어 주기별 건강관리, 교육, 복지의 실천이 사회적 의제로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한 세대는 30년을 단위로 하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청년층, 중장년층, 노년층 세대를 구분하는 시간 단위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공자가 10년 단위로 지혜를 터득해가는 경지를 구분한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요즘도 10년이 중요한 시대구분 단위로 설정되는 분야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우리나라는 대통령 임기인 5년 단위로 시대구분을 해 왔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로서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국가정책의 기조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지난 30년 동안 5년을 주기로 새로운 희망의 리더십, 정부조직 개편, 개혁 추진, 친인척 비리. 레임덕 현상 등이 반복되는 것을 보아 왔다. 매번 박수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 성공하는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으나 나타나는 결과는 늘 실망스러웠다.

초유의 탄핵정국과 짧은 대선기간을 거쳐 탄생된 이번 정부는 5년의 시간을 어떤 콘텐츠로 채워갈지 기대가 크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과거 정부가 보여 왔던 역정이 기억에 있어 불안감과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사파견과 같은 신속한 대처, 과감하면서도 균형 잡힌 인사, 고루한 격식을 깨는 파격적인 행보 등으로 출발은 호평을 받는 것 같다. 과거 정부도 출발은 모두 희망과 기대 속에서 했다는 점에서 보면 계속 지켜볼 일이다.

남북 관계를 포함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어떤 돌발변수를 발생시킬지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좋은 출발이 좋은 해법과 결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위기 상황은 어느 방향에서든 오게 되어 있다. 이 정부가 앞으로 맞닥뜨릴 어떠한 어려운 상황도 그 해답은 촛불의 민심 속에서 찾아야 한다. 그것이 이 정부 탄생의 시작이었고, 5년 주기의 좋은 출발을 끝까지 지탱해 갈 힘의 원천이자 밑거름이라 믿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정부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 모두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촛불의 민심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정부가 스스로 자초하기 때문이든, 이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세력들이 끊임없이 흔들기 때문이든 민심은 한결같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과거 정부로부터 상처받은 민심 자체가 흔들려서, 이 정부 역시 그런 모습을 보이는구나 하는 타성이나 체념의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보여 왔던 대통령들의 모습이 시민들의 ‘집단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심리학자 칼 융이 언급했던 하나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이다.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통합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그림자’의 존재를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것도 또 다른 우리 자신의 모습임을 인정하고 같이 끌어안고 가야 한다.

과거 5년 단위로 반복돼 왔던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하겠지만 우선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5년이라는 시간 단위를 넘어서 긴 호흡으로 통합의 스토리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우리 머리 속에 있는 과거 정부들의 실패한 이야기도 끌어안으면서 이를 넘어설 성공의 스토리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 스토리의 원천을 ‘홍익인간’의 정신에서 찾든, ‘풍류’나 ‘화쟁’의 전통에서 찾든 그 스토리는 우리 뇌 속에 진정한 통합의 길을 걷는 모습을 심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한류콘텐츠, 광고, 경영, 교육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이제 정치에서도 중요한 도구이자 축이 돼야 한다. 다음 학기는 나도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다시 도전하고 싶다

이근용 영산대 빅데이터광고마케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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