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매일유업 계열 커피전문점 폴 바셋(Paul Bassett)이 최근 80호점을 돌파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 자회사인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폴 바셋은 지난달 시흥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점을 오픈하면서 8년 만에 80호점을 돌파했다.

2009년 9월 1호점을 선보인 폴 바셋은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생소했던 ‘스페셜티 커피’(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인증한 고급 커피)를 대중화시키며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폴 바셋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일유업이 커피전문점 사업을 위해 제휴한 호주 출신 바리스타 폴 바셋(38)도 덩달아 국내에서 유명인이 됐다.

폴 바셋은 자신의 이름을 상호로 쓸 수 있게 해주고, 한국의 폴 바셋 매장에서 사용하는 커피 원두를 직접 골라주거나 블렌딩해주는 대가로 매년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 수입으로 챙긴다.

매일유업은 폴 바셋에게 지급하는 로열티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연간 수억∼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매장이 증가하면서 매출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폴 바셋이 챙겨가는 로열티 수입도 급속히 늘어나는 구조다.

매일유업이 거의 매년 사업 홍보 등을 위해 호주에서 폴 바셋을 초청해 마련하는 커피 클래스나 사인회에는 늘 수많은 커피 애호가들이 몰려 성황을 이룬다.

지난달 80호점 돌파를 기념해 전국 30여개 폴 바셋 매장에서 진행한 사인회에도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2003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 우승자이기도 한 폴 바셋이 실력 있는 바리스타이기도 하지만 그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 배경에는 실력 외에 다른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는 폴 바셋은 정작 모국인 호주에서는 한국에서 만큼의 인기나 명성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호주에는 그의 이름을 딴 커피 매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적 커피 선진국 중 하나인 호주에는 폴 바셋 못잖게 실력 있는 바리스타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10년째 시드니에서 살고 있는 한국 교포 박민지(39) 씨는 “호주에는 폴 바셋 매장이 없어 그런 바리스타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한국에 가서야 유명한 바리스타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폴 바셋은 호주에서는 시드니 지역을 중심으로 로스팅한 원두를 일부 커피숍에 공급하는 소규모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크지는 않아 현재 연간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그의 수입은 대부분 매일유업과 제휴한 한국의 커피전문점 사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 바셋은 한때 일본에서도 현지 사업가와 손잡고 한국과 비슷한 유형의 사업을 했으나 매장 수가 2~3개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작아 한국에서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폴 바셋을 스타벅스와 비슷한 글로벌 브랜드로 잘못 알고 있던 일부 애호가들은 막연한 기대를 하고 그의 고향인 시드니를 찾았다가 정작 폴 바셋 매장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폴 바셋 애호가인 강수영(32·서울 용산구) 씨는 “작년 친구와 함께 시드니로 여행을 갔었는데 기대와 달리 폴 바셋 매장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아 허탈했다”며 “나중에서야 폴 바셋이 국내에만 있는 커피전문점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폴 바셋이 커피산업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매일유업 김정완 회장이 영미권 선진국 문화와 인물을 유달리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간파하고 절묘한 마케팅력을 결합해 만들어낸 브랜드로 평가한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폴 바셋 사인회나 커피클래스 참석자들을 보면 70∼80% 이상이 젊은 여성들”이라며 “호주에서는 많은 유능한 바리스타 중 한 명일 뿐인 폴 바셋이 국내에서 유독 인기를 끄는 것은 그가 영미권 출신의 젊고 준수한 바리스타란 점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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